토종 국제특송업계, 채산성 악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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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4.11.04 12:22   수정 : 2004.11.04 12:22
소제목 : 운임 급락·악성 미수 증가·고정비 증가 등이 원인
[2004/8/30]

거대 글로벌 특송업체가 우리나라 특송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그 틈새시장에서 특송서비스하고 있는 토종 특송업계가 채산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체 물동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는데다, 과당경쟁에 따른 운임급락, 악성 미수금 증가, 고정비용 증가 등의 악재들이 겹쳐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한-중간 군소 특송업체의 급증과 화주들의 단가 하락 부추김으로 운임하락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업체 수 급증 = 업계에 따르면 현재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은 군소 특송업체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5∼6년 전만 해도 40여개 업체에 불과했던 토종 특송기업들은 현재 200여개 이상의 업체로 늘어나 치열한 경쟁를 펼치고 있다. 물론 물동량도 한-중간 특송화물의 급증으로 약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갑작스런 업체 수의 증가는 공급 초과라는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2002년 말 기준 건설교통부(수송정책실 국제항공과) 인터넷에 게시된 상업서류송달업 등록업체는 모두 125개 업체. 그러나 시간이 1년 이상 지난 상태여서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인 168개 업체가 현재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약 100여개 업체가 COB(Courier On Board)에 관세청에 등록돼 있어, 중복 가입된 업체를 제외하면 Sub업체를 포함, 200개 업체 이상이 된다는 계산이다.
업체 수가 5년 새 갑자기 늘어난 것은 물동량 급증, 특히 한-중간 특송화물의 급증이라는 요인이 가장 크지만, 소위 ‘홀세일러(Wholesalor)’의 증가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특송 홀세일러들은 일반 영세 특송업체, 또는 복합운송업체(포워더)의 소규모 특송화물을 모아, 항공사와의 일괄 화물 스페이스 계약, 통관대행, 현재 배송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홀세일러의 서비스 기능으로 인해 일반 특송업체들은 굳이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특송화물 영업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형편이다. 5년 전 홀세일러는 3개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개 업체로 늘어나 있는 상태다.
여기에 1세대 또는 2세대 토종 기업들로부터 분사한 특송회사들이 ‘히드라식’ 분열 형태로 회사를 설립해, 지금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 운임 급락 = 업체 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바로 경쟁 과열, 운임 급락이라는 부산물을 낳고 있다.
중국 COB업계에 따르면 업체간 기준 운임이 지난 2002년 화물 킬로그램당 7,000∼8,000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와서는 6,000원 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6,000원이 형식상 가격이라는 점. 이미 실질 운임은 그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제조건이 좋거나 한번에 많은 물동량을 가진 고객들에게 4,000~5,000원에 네고하고 있으며, 일부 신규업체들은 심지어 3,000원 이하까지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관세요금이 킬로그램당 2,250원, COB 대리 운송비가 300원, 운임 400원 등 총 3,000원 가까이의 원가가 소요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는 그보다 낮은 2,800원에 운임이 책정되고 있어 원가보다도 운임이 낮은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전문 특송업체 경영자는 “운임 하락현상이 과거 10년 전보다 30% 수준에 불과하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는 오히려 배 이상이 늘어, 열심히 일함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업계를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중국 등 현지 특송업체가 우리나라에 현지법인을 설립, 원가개념이 아예 무시된 가격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주들은 어떤 서비스도 고려하지 않고 다만 운임이 싼 곳만 찾고 있고, 오히려 역네고 방식으로 기존 운임을 더욱 깎고 있는 형편이다.
●… 악성 미수금 ‘눈덩이’ = 토종 특송업계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악성 미수금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악덕 화주들이 운임을 제때 주지 않는데다 속칭 ‘문닫고 튀기’ 식으로 떼먹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어 고스란히 특송업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자본금 5억원인 모 업체의 경우 악성 미수금이 10억원에 달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뿐만 아니라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악성 미수금에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영자는 “항공사에 꼬박꼬박 운임을 정산해야 하고 현지 파트너나 통관대행사에도 송금해야 하는데 이렇듯 미수금 때문에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결국 뼈빠지게 밤늦도록 작업을 해도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 시장 정상화 위한 업계 노력 절실 = 국내 택배산업과 마찬가지로 국제택배 시장역시 팽창일로를 걸어 왔으나 모두 같은 모습으로 현재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자칫 시장 공멸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아쉬운 부문은 업체간 자정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토종 특송업계에는 COB협의회와 중국특송협의회 등이 있다. 그러나 활동이 미미한 상태이고 그나마 협의된 사항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운임 마지노선 지키기, 악성 화주 명단 공개, 차별화된 특정 네트워크의 공유, 특송 전용 장치장의 설립 등 자정 노력이 있어야만 시장 공멸을 막을 수 있다”며 “이런 노력이 지연될수록 그나마 있던 토종 특송시장도 글로벌 거대기업에게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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