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결국 1년 내내 감소
우리나라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1월 수출이 441억달러로 전년 대비 14.3%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입도 407억3000만달러로 13.0%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33억7000만달러로 9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감률은 지난해 12월 -1.2%를 시작으로 올해 1월 –6.2%, 2월 –11.3%, 3월 –8.4%, 4월 –2.1%, 5월 –9.8%, 6월 –13.8%, 7월 –11.1%, 8월 –14.0%, 9월 –11.7%, 10월 –14.8%를 기록하며 12개월째 감소했다
.미중 분쟁?세계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 지속과 함께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 단가 회복 지연,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 취소(7억2000만달러), 조업일수 감소(0.5일) 등 11월 수출이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73억9000만달러로 30.8% 감소했다. 산업부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점진적인 상승 추세이지만 D램 가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은 각각 34억5000만달러, 32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9%, 19.0%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수출액도 23.4% 감소한 15억9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철강 수출액도 8.7% 줄어든 2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선박 수출액은 지난달 7억2000만달러 규모의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가 취소되면서 총 7억9000만달러로 62.1% 대폭 감소했다.
이외에 2차전지(-17.7%), 섬유(-12.3%), 차부품(-9.4%), 가전(-6.9%), 무선통신기기(-2.9%), 일반기계(-1.5%), 자동차(-1.4%) 등도 부진한 수출 실적을 냈다.
반면 컴퓨터(23.5%)는 낸드 단가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2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화장품(9.9%) 바이오헬스(5.8%) 등 신수출 성장 품목도 호조세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12.2% 줄어들면서 13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해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갱신했다.
EU(-21.9%), 아세안(-19.5%), 중남미(-15.9%), 인도(-15.7%), 일본(-10.9%), 미국(-8.3%), 지역에 대한 수출도 부진했다. CIS(31.6%), 중동(0.9%) 지역 수출은 늘었다.
일본의 경우 10.9% 감소했지만 수입은 18.5% 감소를 기록하고 있어, 일본 수출 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산자부는 분석했다.
한편 11월 중국 수출 감소율이 지난 4월(-4.6%) 이후 최저 감소폭(-12.2%)을 기록했다.
다자 무역에서 다층 무역으로 본격화
그간 세계무역기구(WTO)가 지탱해온 ‘다자(multi-lateral)’ 무역체제가 지고 앞으로는 지역별, 분야별 무역협정이 중첩된 ‘다층(multi-layered)’ 무역체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년 12월 WTO 상소기구 기능 마비로 다자(multilateral)무역체제를 힘겹게 지탱한 동력이 상실되면서 2020년부터 세계무역질서는 지역별·분야별 무역협정이 중첩되어 적용되는‘다층(multi-layered)무역체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층무역체제’를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수립과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WTO 출범 이후 지난 25년간 다자무역체제는 점점 약화되어 온 반면, 새로운 통상규범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커지면서 지역무역협정과 분야별(sectoral) WTO 복수국간(plurilateral) 협정이 다자간협정의 공백을 채워왔다. 한편,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변화된 미국의 통상정책은 세계무역체제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중국, EU, 일본 등 거대경제권이 포함된 메가 FTA가 타결되거나 발효됨에 따라 2020년부터는 WTO 다자무역체제라는 하나의 큰 그림이 아닌 각종 지역별·분야별 무역협정이 ‘다층적(multi-layered)’으로 적용되는 무역질서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분야별, 지역별 무역협정을 통해 시장개방과 신통상규범을 제정하는 노력과는 별개로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국별 보호무역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WTO 다자간 분쟁해결절차가 약화된 상황에서 무역구제조치가 남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에서 시작된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자국경제주의(economic nationalism) 경향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 전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국내 기업들은 우리 기업들은 다층적으로 얽힌 FTA의 최적의 활용방안을 강구하고 보호무역조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세계무역질서의 대변혁기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분석하고 ▲WTO의 위기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한국-신흥국 간 FTA 체결 ▲미중 통상분쟁 ▲보호무역조치 확산 ▲국가안보의 무차별적 사용 ▲브렉시트(BREXIT)를 7대 통상 이슈로 선정했다.
무역협회는 “WTO 출범 이후 164개국이 하나의 통일된 무역질서를 따르는 다자 무역체제는 지속적으로 약화돼왔다”면서 “오는 12월 미국이 WTO 상소기구 신임 위원 임명을 거부할 경우 국제분쟁 해결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이를 기점으로 세계무역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진보에 따른 무역 형태의 변화, 신흥 개도국 성장 등 영향으로 새로운 통상규범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지역 무역협정과 복수국 간 분야별 협정이 난무하는 다층 무역체제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거대 경제권이 포함된 메가 FTA가 잇달아 타결 또는 발효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이 발효됐고 이달 초에는 한중일 3국을 포함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정문 타결이 선언된 바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지역별 무역협정을 통한 시장 개방 및 신 통상규범 제정 노력과 별개로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국가별 보호무역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WTO를 통한 다자간 분쟁 해결절차가 약화된 상황에서 무역구제 조치가 남용되고 미국 등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자국경제 우선주의 경향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머스크, 내년까지 세계 교역 부진 전망
주요 경제부문에서 광범위하게 침체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물동량 성장률 둔화로 나타 나고 있다.
머스크(Maersk)는 3분기 영업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분쟁 및 브렉시트, 세계적인 확대 재정 및 통화정책이 세계 교역을 둔화시켰다고 언급했다. 또한, 제조업부문의 지속적인 성장 둔화는 2020년 경제성장률의 상승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으며 세계 교역의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3분기 머스크의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다소 둔화됐다. 해상 운송되는 모든 소비재의 20%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머스크가 취급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세계 교역의 척도가 되고 있다.
3분기 머스크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1분기 1.7%, 2분기 2.0% 증가했다. 지난 2018년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4.0%로 2019년에는 증가율이 다소 둔화됐으며 소폭의 컨테이너 수요 증가 추세를 보였다.
머스크는 이 같은 현상이 글로벌 제조 및 수출의 지속적 둔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하며 2020년 교역 성장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동남아시아, 공급망 투자 유치 경쟁 치열
한편 대내외 환경 변화로 중국에서 빠져나오려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중간 무역 분쟁이 계속됨에 따라 중국에 위치한 기업들이 생산 및 물류 거점을 동남아시아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동남아시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기업을 유치한 국가는 베트남으로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과 8월 사이에 해외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한 중국 기업 33개 중 23개가 베트남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3분기 국민총생산(GNP)은 전년 대비 7% 성장했으며 수출 또한 7.31% 성장했다.
이는 베트남의 낮은 인건비에 기인한 것으로 2014년 기준 방콕의 인건비는 하노이의 2.4배, 쿠알라룸푸르는 2.8배 높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건비 격차가 좁혀짐에 따라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으로 유치 경쟁을 시작하는 추세다.
태국 정부는 투자 기업에 세금을 절반으로 감면해주는 유인책을 발표했다. 태국은 지난 9월 최소 10억 바트(약 3,3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세금을 절반으로 감면해주는 정책을 선보였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2021년 말까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며 첨단 전자 및 생화학과 같은 태국 정부가 정한 핵심 분야 투자를 목표로 해야 하는 제한성이 있다. 또한 태국 부동산 업체 CP Land는 중국 기업을 겨냥해 광시 건설 엔지니어링 그룹과 합작하여 산업단지 건설을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태국의 이러한 유치 노력으로 타이어 제조업체인 Prinx Chengshan 등이 태국 이전을 발표했으며 태국 정부는 중국 기업의 투자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말레이시아 또한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했으며 인도네시아도 정책 구상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0월 향후 5년간 매년 약 10억 링깃(약 2억 4천만 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 제공 정책을 승인했다. 이는 외국 주요 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약 60개의 다국적 기업을 선정해 개별 협상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2019년 상반기 말레이시아의 외국인 직접 투자는 495억 링깃으로 전년 대비 약 두배로 성장했다.
인도네시아는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대통령 지시로 법인세 감면 등의 규제 완화 조치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향후 동남아시아 국가 간 투자 유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아시아 공급망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국내 수출, 반도체 회복 속 1년 만에 반등
내년 한국 수출은 세계경제의 완만한 성장세와 반도체 단가 회복에 힘입어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019년 수출입 평가 및 2020년 전망’을 통해 내년 수출이 1년 만에 반등해 3.3%의 증가율을 바탕으로 561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출은 전년보다 10.2% 감소한 5430억 달러로 추정된다.
내년 수입은 올해보다 3.2% 늘어난 5220억 달러로 예상돼 수출입 금액을 합친 무역액은 4년 연속 1조 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메모리 재고 정상화 △데이터센터 구매 재개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 확대에 따른 스마트폰 메모리 고용량화 등 수요 확대로 단가가 회복돼 올해보다 수출이 10%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및 부품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중심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국제 유가가 올해보다 소폭 하락하는 가운데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수출은 물량은 늘겠지만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국내 생산설비 증가 및 글로벌 수요 증가에도 LCD 단가 하락과 생산량 감소로 올해보다 8.4% 감소할 전망이다.
무선통신기기는 해외생산 확대와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철강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수입규제 및 인도, 중국 제품과의 경쟁 심화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올해 수출에 대해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수출이 감소했다”면서 “한국은 반도체, 석유 관련 제품 등 가격 민감 품목의 비중이 높아 글로벌 교역단가 하락의 영향을 다른 나라들보다 크게 받았고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도 높아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현재의 수출 부진이 경쟁력보다는 단가 하락에 의한 것인 만큼 향후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빠른 수출 회복을 기대할 만하다”면서 “신남방 및 신북방 시장으로의 수출시장 다변화, 미래 신산업 품목 수출 호조, 미국과 EU 시장에서의 선전, 중소기업 수출비중 확대 등 내용 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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