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의 '제3자 물류(3PL)' 시장 진출이 가시화 되면서 물류업계에 '우체국 경계령'이 떨어졌다. 전국 방방곡곡에 강력한 인적·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 우체국이 3자 물류에 나설 경우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에 따르면 오는 7월, 동서울우편물류센터를 개설한다. 이 곳에서는 중소 전자상거래업체의 판매와 재고 배송처리 등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동서울우편물류센터는 부지 5300평, 연면적 4150평에 지상5층, 지하1층 규모로 건립된다. 전체 보관 물량은 약 9만 박스에 하루 처리 물량은 3만 박스에 이른다.
3자 물류란 제조업체가 직접 또는 자기 그룹 내 물류 계열에 운송을 맡기지 않고 제3자에게 물류 용역을 맡겨 업무가 처리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물류업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미 택배사업을 벌여와 어렵지 않게 3자 물류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우정사업본부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업계에서 입지를 탄탄이 다져왔다.
동서울우편물류센터는 테크노마트 등 대형 IT 전문 상가가 밀집한 광진구 구의동에 자리 잡는다. 서울 시내에 물류센터를 두는 사례도 없었거니와 처음 설립되는 물류센터가 IT 제품이 몰리는 구의동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불안감은 배가 되고 있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는 물류 센터를 세울 부지가 없어 물류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는데 우정사업본부가 동서울물류센터를 설립하면 기존 업계의 경쟁력은 한층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정사업본부는 그동안 저가 택배사업을 벌여 업계의 빈축을 사왔는데 3자 물류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구사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D 물류업체 관계자는 "서울 시내는 땅값이 비싸 물류센터를 시내에 둔 민간업체가 한 곳도 없다"며 "우정사업본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시내 한복판에 물류센터를 짓고도 공공사업보다는 수익사업에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의 택배시장 진출 이후 업계에서 제기돼 온 불공정 경쟁 시비가 3자물류 시장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C사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는 그동안 택배사업에서 저가 전략으로 업계를 위협해 왔다"며 "제3자물류에서도 저가 공세를 벌일 경우 가뜩이나 택배시장 포화에 따라 제3자물류로 활로를 모색해 온 택배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H사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는 제3자물류 사업 대상이 중소 전자상거래업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인터넷 홈쇼핑의 제3자물류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소규모 인터넷 홈쇼핑 물류를 맡아온 민간 영세 물류업체들의 줄도산은 불보듯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제3자물류 사업은 창고를 마련하지 못하는 중소업체들의 물류를 돕기 위한 공익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라며 "업계가 걱정하는 만큼 규모가 크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우정사업본부도 정부기관이기는 하지만 특별회계를 적용받기 때문에 수익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매년 우편 사업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어 경영 개선을 위해 새로운 사업 진출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측은 업계의 우려 섞인 경계에 대해 "단지 기우일 뿐"이라며 "3자 물류 사업은 창고를 마련하지 못하는 중소업체들의 물류를 돕기 위한 공익 차원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며 사업 규모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특송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경원 우편사업단장은 "우체국의 국제특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체국택배와 국제특송 EMS를 연계한 신종 해외배송 물류사업에도 진출하겠다"며  이에 따라 6월부터는 외국에서 우리나라 오픈 마켓시장에 등록된 각기 다른 중소물류업체의 상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서울 특정 우체국에 모인 상품을 하나의 소포로 통합·포장해 국제특송으로 발송할 수 있다. 이밖에도 우체국은 국내 우체국택배 당일배송 뿐만 아니라 국제특송 배달보장서비스지역 확대도 검토 중이다. / 김석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