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소제목 : 아름다운 청년의 택배이야기 -
대한통운 서울택배지점 마포영업소 이강원 씨

모든 택배인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대한통운 서울택배지점 마포영업소의 이강원(30) 씨에게는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고객이 보내는 물품을 정성과 함께 전달하는 택배사원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꿈과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정도 서비스에 녹아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담당한 구역은 마포구 성산동 일대. 물론 이 지역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 소릴 듣는다. 이강원 씨가 체득한 택배 노하우 중 하나는 물품을 맡길 수 있는 동네 슈퍼마켓이나 통장, 경비분들과 특별히 친해져야 한다는 것. 늘 밝은 미소와 요즘 젊은이같지 않게 예의바른 모습이 이 지역 주민들에겐 볼거리(?) 중 하나다.
이강원 씨는 “정부에서 주는 생활보조금으로 고양이 한 마리와 허름한 판자집에서 홀로 생활하고 계신 할머님이 계셨어요. 지인이 보내주는 택배물건을 받으시면 꼭 감추어 두었던 요쿠르트 한 개를 건내주시며 제 손을 놓지 않던 그 할머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그가 찾는 따뜻한 할머님은 어느날 사시던 판자촌 일대가 재개발 공사로 인해 강제 철거되면서 어디론가 떠나가셨단다.
홀로 외로이 사신 분이었기에, 그간 자신을 손주처럼 아껴주시던 할머님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이강원 씨는 전했다.
그가 방문한 한 고위층 인사의 집에서 벌어졌던 일도 꽤 흥미진진하다. 배송되는 선물에 대해 ‘모두 사절’이라는 뜻을 밝혀 가져간 물품 3개를 모두 반송해야했다. 양쪽의 상황이 교차된다. 하지만 씁쓸해 지는 마음을 애써 달랠 수 밖에 없다.
요즘은 홈쇼핑 물품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홈쇼핑 매니아들이 많아지면서 이들과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놓는다.
홈쇼핑 물품을 들고 일주일에 4∼5차례 같은 집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이 고객들과는 ‘은밀한 공간’(?)을 공유한다고. 부재중일 경우 고객이 마련해놓은 밀폐공간에 물품을 넣어두는 것. 오히려 이런 고객들은 일하기 편하다고 한다.
어떤 집에서는 부인이 홈쇼핑서 주문한 물품을 도로 가져가라며 윽박지르는 남편과 이를 말리는 아내와의 다툼 사이에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도로 물품을 차에 올려놓는 순간, 그 집의 부인의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남편이 없을 때 다시 가져오세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는 가정의 장남이다. 아버님께서는 ‘남자라면 해야할 일에 대해 책임감 있게 일을 하라’고 지지해주신다.
그러나 어머님께서는 매일 저녁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오는 아들을 매우 안타까워하신다. 어머님은 교회의 전도사로 재직중이시다. 아들의 무사고를 위해 매일 드리는 새벽기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도 처음 택배업무를 접했을 때 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배송 첫날, 지리도 잘 몰랐을 뿐더러 배송 노하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밤 12시가 넘어서야 맡은 물품을 다 전달할 수 있었다.
그날은 영업소 근처 여관에서 잠을 청해야만 했다. 이후 6개월이 지나서야 담당 지역이 눈에 들어오고 일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택배사원이 된 이유를 묻자 이강원 씨는 “땀 흘려 일할 때 뭔가 배운다는 느낌이 좋아서”라고 좀 싱겁게 답한다. 힘든일을 하고 시간이 없지만 하고 싶은 일들은 더욱 많아졌다.
그는 현재 물류관리사를 준비중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밤 늦게 집에 들어가 책을 보고 있노라면 피곤과 졸음이 동시에 몰려온다.
공부하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이번이 안되면 3전4기를 도전해서라도 꼭 합격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 야간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그는 회사에 입사한 후 자신의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한다.
먼 훗날 열심히 노력해 회사에 중요한 존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는 그가 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금도 언제 물건이 도착하는지를 묻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에 그의 전화벨이 멈추질 않는다.
아름다운 청년 이강원 씨의 또 다른 성공스토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