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현대로지스틱스가 맺은 협력계약은 차이냐오 물류 파트너들

한-중간 B2C 교역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부각되고 있는 알리바바의 한국 내 물류와 관련해 지난 3월 20일과 31일  중요한 내용이 발표됐다.

지난달 20일에 발표된 내용은 CJ대한통운이 알리바바와 전세화물기 취항에 맞춰 전략적 제휴를 했다는 것이고 31일에는 현대로지스틱스가 알리바바의 한국발 중국행 역직구 배송 계약을 단독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두 내용의 발표를 자세히 읽어보지 않는다면 알리바바가 마치 CJ대한통운과 현대로지스틱스를 갖고 '양다리' 걸친 것 아니냐고 의문을 갖을 수 있다.
그러나 본지가 해당업체들을 직접 취재한 바에 따르면 매우 다른 방향에서 제휴한 것으로 드러났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알리바바그룹 물류 자회사인 차이냐오(菜鳥 - CAINAO)의 물류 오퍼레이션 협력사인 위엔퉁(YTO)으로부터 중국발 한국행 직구(한국 인바운드) 물량에 대한 한국내 통관·배송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CJ대한통운이 차이냐오, 위엔퉁이 '한-중 국제특송 전세기 취항 기념식'을 거행하면서 발표된 것인데 이 B737 전세 화물기는 위엔퉁이 오퍼레이션을 하는 것으로 차이냐오와 협력해 상해~인천~청도~홍콩~상해 노선을 운항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은 위엔퉁의 한국 협력 파트너로서 화물전세기에 적재되는 인바운드 직구 화물에 대해 통관 및 배송의 역할을 담당한다. 전세화물기의 취항으로 최소 1시간 내 중국으로의 국제화물 운송이 가능해지며 일부 지역에서는 발송 다음날 현지배송이 가능하다.

CJ대한통운, 위엔퉁 전세기 직구 통관/배송업체로

다만, 해당 전세화물기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반입되는 직구상품과 국제특송 화물을 운송하기 때문에 향후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에서 중국 소비자가 구입한 한국 상품도 포함될 것을 감안해 마치 알리바바와 CJ대한통운이 전략적 제휴를 한 것처럼 인식될 소지도 있다.

반면, 현대로지스틱스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정확한 내용은 (주)아이씨비가 한국발 중국행 역직구(한국 아웃바운드) 물량에 대한 물류서비스로 현대로지스틱스를 지정한 것이다. 아이씨비는 알리바바의 결제부문을 담당하는 알리페이(Alipay)의 공식 에이전트(전세계 유일)이자 알리바바 물류 자회사인 차이냐오의 한국 내 물류 파트너사이다.

차이냐오가 하드웨어 인프라가 없는 IT 기반의 제4자물류(4PL) 개념의 기업인 것처럼 아이씨비 역시 4PL을 추구하면서 알리바바의 한국내 결제 솔루션과 물류서비스를 주관하고 있다. 결국 아이씨비의 한국 오퍼레이션으로 3PL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를 파트너로 지정, 역직구 물량에 대한 픽업·창고·항공운송·중국내 보세운송까지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CJ대한통운도 발표 자료에서 역직구 서비스도 언급하고 있어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보도자료에서 "CJ대한통운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한중 국제특송 사업에 나선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양국간 직구·역직구 특송 물량을 운송하는 전세 화물기도 띄우기로 했다"고 보도해 알리바바와 직계약을 한 것처럼 뉘앙스를 줬다.

또 "CJ대한통운은 위엔퉁과 협력해 한국에서 국제특송 화물의 분류, 배송업무를 수행하며 중국 청도로 가는 국제특송 업무도 맡는다. 이를 위해 인천에 국제물류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혀 직구화물뿐만 아니라 역직구 화물도 수행하는 것처럼 해석되게 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번 전략적 제휴로 향후 늘어나는 한-중간 역직구 화물 역시 위엔통과 함께 소화할 수 있다"고 언급해 가능성 차원에서 발표자료에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지스틱스, ICB 역직구 한국 물류 업체로

이러한 점은 현대로지스틱스도 마찬가지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제휴한 것은 아이씨비이지 알리바바나 차이냐오가 아니다. 역시 인바운드 직구 물량이 아닌 역직구 화물에만 한정돼 있다.

다만, 의문시 되는 것은 아이씨비가 차이냐오의 물류 파트너이라면 중국발 한국행 직구 화물에 대한 한국내 물류부문도 주관하는 것이 논리상 맞을 것이다. 그러나 위엔통이 CJ대한통운과 협업하면서 위엔통에서 취급하는 한국 직구화물을 아이씨비가 아닌 CJ대한통운이 수행함에 따라 사실상 역직구 물류에 한해서만 아이씨비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씨비의 김동철 이사는 "관련하여 차이냐오와 협의 중"이라고 말해 최소한 한국내 물류부문에서는 아직 확실한 역할분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이씨비가 발주해 현대로지스틱스가 수행하게 될 단독으로 수행할 역직구 물류 서비스는 국내에서의 운송·창고운영·통관·항공운송 서비스 그리고 중국 현지 보세운송이다. 중국 하이타오 구매자가 티몰 글로벌에 입점된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핸드폰 결제시스템인 지푸바오(지불보)가 탑재된 알리페이 결제 모듈 '이패스(e-Pass)'를 통해 상품가, 관부가세, 배송비를 선결제한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자동으로 이 정보를 받고 상품을 픽업, 아이씨비의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내 창고로 운송한 후 실제 주문과 맞는지 확인한다(검품작업, Inspection). 이후 포장과 중국어로 된 송장 라벨링을 하여 항공운송하면 중국 측의 차이냐오 지정 물류업체(위엔통 등)가 통관 및 현지 배송을 하는 구조다.

현대로지스틱스가 항공운송하는 중국내 포인트는 화북의 텐진, 화중의 항저우, 화남의 광저우 등 세 개 공항이다. 반송되는 물품은 베이징으로 모두 집하시켜 회송시킨다는 구조다. 주목할 것은 'e-Pass'는 결제 뿐만 아니라 화물 추적(Tracking & Tracing)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 매우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아이씨비 김동철 이사에 따르면 배송료가 기존보다 20% 저렴하면 배송기간도 한국에서 창고 집하까지 3일, 항공운송 및 중국내 배송까지 4일 정도로 예상돼 길어야 7일 이내이고 3개 주요 포인트 인근에는 4~5일만에 배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중 역직구 물류 중국주도

한편 그동안 현대로지스틱스는 이번 계약에 각별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30만건 배송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인천공항의 국제특송장 규모를 2배로 확대하고, 경기 김포·군포·오산에 역직구 물량만 전담하는 물류센터를 새로 구축했다. 중국 역직구 물류업무 프로세스를 따로 구축하고 정보통신(IT)시스템도 개발해 시범 물류테스트까지 마쳤다.

현대로지스틱스 관계자는 “설계 기간까지 합하면 1년 반이 걸렸고, 최소 100억원 이상 투자금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씨비의 김동철 이사는 “국내 대형 물류업체를 두루 만나봤지만 현대로지스틱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 일을 빠르게 진행해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로지스틱스는 한류 붐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역직구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알리바바의 해외직구 쇼핑몰 ‘티몰 글로벌’의 역직구 물류는 국내에서 현대로지스틱스가, 중국에서 알리바바 물류계열사 차이냐오(菜鳥)가 맡는다. 티몰에 입점한 롯데닷컴, 아모레퍼시픽 등 한국 기업은 더 저렴하고 빠른 배송을 보장받게 됐다.

국제특송 물량이 늘어날수록 이를 선점하려는 물류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그만큼 중국 역직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업계는 중국의 해외직구 규모가 올해 35조원에 달한다고 예상하는데, 현대로지스틱스는 이중 우리나라 역직구 규모가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규모는 약 1조 5,000억원, 역직구 규모는 5,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역직구의 경우 절반 정도가 하이타오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타오족의 구매 규모는 내년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물류매출 비중이 시장 규모 10% 내외임을 감안하면 중국시장에서 3,500억원 규모의 역직구 물류 발생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중간 B2C 직구·역직구 물동량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던 우리나라 프레이트 포워딩업계 및 국제특송업계는 알리바바와 차이냐오의 물류주도권 전략으로 인해 돌파구가 훨씬 좁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복잡한 알리바바 관련 용어 한눈에 보기

한-중 전자상거래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알리바바는 그 관련 회사와 용어만 봐도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이에 본지에서는 관련 용어를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알리바바그룹(Alibaba) : 명실공히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그룹이다. 영어 교사였던 마윈(馬雲)이 중국 제조업체와 국외의 구매자들을 위한 기업 대 기업(B2B) 사이트(Alibaba.com)를 1999년 개설하면서 설립됐다. 2000년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였고, 그 영향으로 미국 이베이(Ebay)가 2006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3년 매출 79억 5,000만 달러, 순이익은 35억 6,000만 달러에 이른다. 2013년 기준 알리바바 산하의 사이트에서 팔린 상품은 2,480억 달러어치로 이베이, 아마존(Amazon)의 거래 규모를 더한 것보다 더 많다. 2014년 7월 기준 일본 소프트뱅크가 34.4%, 야후가 22.6%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윈 회장은 8.9%로 개인으로는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다.

■ 알리페이(Alipay) : 2004년에 알리바바그룹에 의해 설립된 온라인 결제 시스템. 소비자들이 알리페이에 가입하고 신분증, 은행 계좌, 신용카드를 연동시키면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송금이나 결제뿐만 아니라 대출, 펀드 가입 등을 할 수 있다. 2014년 7월 기준 8억 2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 온라인 결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는 결제 대행업체 이니시스와 제휴하고 있으며 최근 롯데면세점과 계약을 체결하였다.

■ 즈푸바오(支付寶) :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물품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라인결제 시스템.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에선 택시요금을 내거나 자동판매기도 이용할 수 있다. 고객들은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즈푸바오로 자금을 이체한 뒤 사용할 수 있다.

■ 하이타오족 : 우리나라로 얘기하면 해외 직구족을 뜻한다.

■ 이패스(e-Pass) : 알리페이의 지불결제뿐만 아니라 물류기능까지 갖춘 시스템 모듈. 티몰이나 티몰글로벌에 탑재되어 여기에 입점된 중국어로 된 해외 B2C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에 제공한다.  

■ 타오바오(淘寶) : 알리바바가 2003년 개설한 C2C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타오바오에서 더 분화하여 티몰, 이타오(eTao), 타오바오 C2C 사이트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티몰 : 2008년에는 세계적인 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 B2C 사이트다.

■ 티몰글로벌 : 중국 외 해외 B2C 사이트(일명 자사몰)들이 입점한 플랫폼이다. 여기에 '이패스' 모듈이 탑재되어 있다.

■ 이타오(eTao) : 가격 비교 사이트다.

■ 차이냐오 : 알리바바의 물류부분을 총괄하고 있는 곳이다. 항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드웨어 인프라 없이 IT로 3자물류업체를 컨트롤 하고 있어 4자 물류(4PL)의 성격을 갖고 있다. 차이냐오는 중국 배송부문으로 위엔통, 쉔통 등과 계약하고 있고 해외 각 지역에도 3PL과 계약하고 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 아이씨비 : 알리페이의 한국 에이전트로 알리페이 로고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9년전 부터 알리페이와 함께 결제부분에 대한 솔루션 개발을 해왔으면 차이냐오와도 물류 파트너 계약을 맺고 있어 한국내 알리바바 관련 물류를 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