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적재율 90% 상회…中시안/越하노이 강세 여전

○…5월 국적항공사 화물부문의 실적목표가 달성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근 23개월만에 실적 달성이라 들뜬 목소리였다. 호재는 중국 현대차의 리콜 물량과 베트남 물량이 주도했다. 비엔나도 꾸준히 물량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루프트한자 등 외국적 항공사의 한국발 실적도 크게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항공화물은 항공사의 화물기 운항 확대와 수출입 호조에 따른 화물 수요증가로 전년(29만톤)대비 4.6% 성장한 31만톤을 기록했다. 국제화물의 경우 항공사의 화물기 운항편 확대 및 LTE폰 수출 선전 등에 힘입어 전년 동월대비 4.8% 증가(26.9만 톤 → 28.2만 톤)했으며 국내 화물도 2.3톤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잠재적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으나 세계 경기 회복과 한류 영향에 따른 외국인 방한 수요 확대,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화물시장의 지속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화물 부문이 FTK(Freight Ton Kilometer) 기준으로 동남아와 일본 노선이 각각 16%, 14% 증가했다. 미주 노선도 10% 늘어나는 등 전 노선에서 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아시아나항공도 초고해상도(UHD) TV 및 자동차 부품, 휴대폰 품목의 물량 증가로 화물 부문 수송량이 늘어났다.

대한항공 서울화물지점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라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항공화물 물동량이 증가하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의 항공화물 물동량이 전년 동기대비 증가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신선 화물’ 시장도 파란불이 켜지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은 캐나다 노바 스코샤(Nova Scotia)주의 주도 할리팩스(Halifax)와 인천을 연결하는 화물 노선을 통해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운송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8월 말까지 최소 4만㎏ 규모의 생 바닷가재 수송을 위해 할리팩스~인천 노선에 매주 일요일마다 화물기를 배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한국과 캐나다를 잇는 물류 수주에 적극 나선 것은 지난 3월 한ㆍ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이다. 관세가 철폐된 농ㆍ축산물 및 수산물의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늘며 물동량 역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신선 화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이번 수주를 통해 국내 시장은 물론 중국, 홍콩 및 동남아 국가 등 거대 시장과 북미를 연결하는 태평양 횡단 화물 노선을 적극적으로 개발ㆍ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홍콩 및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 연간 2000t 수준의 딸기를 실어 나르고 있다. 이 밖에도 대한항공은 지난 한 해 동안 체리 4200t(미국 LAㆍ샌프란시스코ㆍ시애틀~한국ㆍ일본), 조개류 및 해산물 2500t(미국 뉴욕~한국ㆍ중국), 버섯 600~700t(한국~네덜란드 암스테르담ㆍ독일 프랑크푸르트ㆍ스페인 마드리드) 등의 신선 화물을 세계 각지로 운송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선 화물에 대한 수요는 지역ㆍ계절별로 다양한 만큼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신수요 개척에 나서겠다”며 “이와 같은 신선 화물 시장 개척은 오랜 기간 불황에 시달리던 화물 부문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서부해안 29개 항구 노동자들의 파업 예고로 항공화물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002년 항구 폐쇄와 같은 극단적 상황에 대비해 북미 유통·제조업체들이 재고 물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 연안 29개 항만노동자·감독 등 30여개 조합 2만5000명을 대표하는 미국 서부항만노조(ILWA)는 고용주인 태평양선주협회(PMA)와 지난 12일부터 근로 조건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 중이다.

ILWA와 PMA는 지난 2008년 6년의 임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해당 협약은 다음 달 30일 자로 끝난다. 양측은 근무 조건 중 전산화와 의료혜택 축소 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협약에 대해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ILW는 전면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올해 협상은 등 쟁점이 첨예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협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유통·수입업체들은 파업 전에 아시아발(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특히 7월말 시작되는 미국 학교의 개학이 있는 점도 이유다. 협상이 비교적 잘 끝난 2008년에도 항만 노동자들의 고의 태업으로 서부항만의 생산성이 30%가량 줄면서 선박 입항과 하역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덕에 항공 콘솔업계 및 포워딩 업계는 미국발 화물 물동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2002년에는 항구가 모두 전면 폐쇄됐지만 2008년과 2012년에는 노조와의 협상이 잘 진행된 전례가 있다”며 “협상 진행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5년 하반기 파나마 운하의 개통을 앞두고 아시아발 운송 물량이 동부 항만으로 직접 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노사가 함께 대비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협상이 비교적 잘 진행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 여파에 따라 항공화물업체들의 2분기 물동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궂긴 소식도 들린다. 일본항공사와 국내외 항공사들의 항공화물운송노선 운임 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가 "담합행위 금지 및 과징금 3억2000만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5월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본에서 이뤄진 일본발 국내행 항공화물운송노선의 유류할등료 담합 역시 국내시장이 포함되어 있어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고 봤다. 또 "예외적으로 외국법률과의 충돌로 사업자가 적법한 행위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제한되지만, 이번 사건은 원고가 일본국 법률과 국내 법률을 동시에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일본공수는 2002년 9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인터내셔널, 일본화물항공 등 4개 국제항공화물 운송사업자들과 담합해 일본발 한국행 항공화물 운송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9차례에 걸쳐 유류할증료를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공정위는 전일본공수 등의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하고 유류할증료 도입 금지와 함께 과징금 3억29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전일본공수는 "유류할증료 도입은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고 한국 공정거래법의 적용 또한 받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으나 원심에서 패소하자 상고했다.

지난 5월 16일 대법원은 담합에 참여한 국내외 항공사 5곳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각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별도로 제재 처분을 받은 4건에 대해서는 "공정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환율을 이중으로 적용한 것이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한다"며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