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릴 수 있는 게 없는데...

오늘 아침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주요 화주사의 담당 과장이 엄청 화를 내시더군요. 근데 10분을 들어도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하신지 모르겠더군요. 화물 문제도 아니였고 서류나 다른 업무 절차 문제도 아니였습니다. 너무 디테일하게 말씀 드리기는 곤란하지만 결론은 이렇더군요.
제가 출장 때문에 공석이였을 때, 그 과장님께서 통관 관련 문의 사항을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마침 직원들이 그 날 바빠서 영업부 신입 사원이 대신 전화를 받았는데 그 친구는 일반 문의사항으로 착각하고 "말씀하신 부분에 관해서는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고객의 입장으로 볼 때, 그 답변은 정말 부적절했죠. 그런데 나중에 그 친구를 따로 불러 당시 전화 통화에 대해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부장님이 신입사원 축하회식 자리에서 실무에 들어가 매번 화주들의 요구 조건을 듣다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 해드릴 수 있는게 없는데...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서 저도 모르게 그만...".
속으로 했던 말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K 부장의 회고  



삼천포

사람들과 강연 및 대화를 하거나 세미나 및 회의 등을 받거나 하다보면 흔히 말하는 삼천포 현상을 많이 보게 됩니다.
분명 주제 및 테마가 정해져 있지만 그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죠...
업무 시스템 이야기를 하는데 로맨스에 관한 추억이 나오고 관세 이야기를 하는데 역사 속으로 빠져들고 고객사 이야기를 하는데 마음가짐에 관한 도덕 시간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그 날 그 시간의 기분에 따라 자기 자랑도 하고 싶고 자기 경험도 공유하고 싶어 하고 때로는 강조를 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무엇인가 지시를 내리고 나아가서 그런 모든 경우를 연관성 지어 마무리 하고 싶어 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지각색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방식과 습관, 자세와 태도로 무언가를 적고 무언가를 보여주고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상당히 재미있기도 하고 상당히 지루하기도 하고 상당히 열정적이기도 하고 상당히 반발감이 생기기도 하는..
그래도 사람 생각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인지 넓게 보면 그 모든 사람들은 어떤 테두리 안에서 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모두 특송이라는 범주 안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은 하는 교과서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더군요.
저요? 저도 자주 삼천포를 갑니다. 지금 이 말도 어쩌다가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술자리에서 만난 C과장

전공

원래 전공은 자연계 생물 쪽이였어요. 아버지께서 수목원에서 관리직을 맡으셔서 어릴 적부터 자주 나무를 보고 자라다보니 산림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라고도 하잖아요.
그 때까지는 참 좋았죠. 막상 졸업반이 되고나니 자연계에 대한 진로가 제한적인 우리나라 특성 상, 제가 생각했던 연구직은 정말 비현실로 다가왔어요. 그러던 중에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했더니 계산 뿐이더라구요. 그러고 세월이 흐르고 나니 저는 나무 대신 화물을 세고 통계를 내고 있네요. 어떻게 이 업계에 들어왔냐고 물어보시면 저도 그 중간 과정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게 더 신기합니다. 그래서 가끔 물품 목적지가 산림청이나 산 주변 주소가 나오면 전공 생각이 나서 살짝 웃음이 나옵니다. /A특송사 직원의 회상


                                                                               정리 : 윤훈진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