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이인재동보항공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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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1.11 08:48   수정 : 2012.01.11 08:48
“피난민들을 태워라!”

흥남철수작전은 덩케르크 철수작전의 축소판이 아니었다. 흥남부두에는 십만 군인과 무기외에 십만여 피난민이 까맣게 뒤덮여 있었다. 사연은 여하간에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저들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치하에선 살아남기 어려운 자들이라는 것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군상 속에는 우리 식구 열명(조부모님, 부모님, 삼촌,나와 두 동생, 때마침 우리 집에 놀러왔던 사촌 형과 누나) 도 끼어 있었다.
애써 담근 김장 김치며 식량들은 마루밑에 숨겨두고, 이틀전 집을 떠나 철길따라 서호진(흥남 부두의 실제 지명)까지 왔으나, 막상 배를 얻어 탄다는 것은 또 다른 큰 난관이었다.
5년전, ‘황국신민’으로 태어난 나. 그동안 소련 군정을 거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으로 살다가, 이제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려고 하는 찰나였다!
배를 얻어타면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것이요, 못타면 어찌될지 모르는 운명이다.
헐벗은 군상들의 머리위로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쳐, 내 목에 걸었던 벙어리 장갑을 날려 보냈고, 바다에선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날아오는 함포가 머리위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쒸-익,쒸-익’ 들릴뿐이었다.
추위와 초조속에 떨고 있는 백성들을 비취는 것은 상현을 넘긴 하얀 달뿐(양력으로는 아마도 12월 20일 전후인듯). 저 달은 이 민족의 비극을 알고 비추는가, 모르고 비추는가 ?
스스로에게 닥친 커다란 운명의 파도를 인식할 능력도 없고, 추위와 허기에 지친 나는 그 소란과 함포사격의 굉음속에서도 할아버지 등에 업혀 잠에 곯아떨어질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군들은 흥남부두에서 자기 병사들과 무기만 싣고는 떠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나 저제나 미군들의 선처만 바라면서 떠가가는 배를 하염없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더러는 미군들의 호의를 사기 위하여 그들의 무기 하역 작업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7사단 민사참모부의 한국인 보좌관이 철수작전 지휘관인 아몬드 소장에게 피난민의 승선을 건의했으나 거절됐다. 상부지시도 없거니와 태워줄 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작전에 참가한 사단 부참모장이 아몬드 소장에게 말했다. “장비와 무기 사이사이에 피난민을 태우면 다 태울수 있다”고...하기야 십만 피난민의 몸무게를 다 합쳐도 불과 5,000톤. 그들이 작전에 동원한 200척의 함정 중엔 아직도 대형 상륙함이 십수척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고뇌하던 아몬드 소장의 입에서 드디어 한국 전사상 가장 아름다운 작전 명령이 떨어졌다.
“피난민들을 태우라!”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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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화물업계의 원로인 동보항공의 이인재 부회장은 함경남도 흥남출신이다. 이 부회장은 본인이 직접 겪은 6.25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했는데 본지가 이 부회장의 허락을 얻어 연재하고 있다. 오늘을 사는 젋은 국제물류인들에게 회갑의 세월을 맞이한 6.25의 비극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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