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경영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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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6.10 16:30   수정 : 2010.06.10 16:30
두 경영자의 선택

“그 회사가 문을 닫는다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꽤 규모있는 회사인데….”
필자는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의심했다. 십 몇 년동안 규모를 키워왔고 해상 포워딩 업계에서 줄곧 상위그룹에 랭크돼 왔던 B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회사 K 사장이 지난 석가탄신일 연휴 전후로 가족들과 함께 잠적했고 B사의 화물은 선사로부터 엠바고를 당해 모든 자금줄이 끊겼다는 것이다.
작년 초 즈음 이 회사의 영업인력이 대가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었으나 사업과 인력을 다소 축소하고 재기하는 모습이어서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 직접 찾아가 회사 관계자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직원들도 사장의 잠적에 충격을 받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것인 선사, 콘솔, 파트너, 하역사, 운송사 등에게 줄 자금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K 사장이 잠적하면서 거액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 계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마나 회사 자금 누수가 됐는지 파악할 수 없을 정도”라며 “굳이 추산한다면 80여억원 정도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선사들이다. B사가 거액의 운임을 연체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놔뒀다는 것이다. 항공화물과 같이 해운선사들의 결제 관리는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아무리 중대형 포워더라 해도 막대한 운임이 연체됐다는 것은 채권관리에 구멍이 나있다는 증거다. 이 때문에라도 선사들은 향후 포워더에 대한 채권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여 그 불똥이 다른 포워더들에게도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튼 K사장의 선택은 포워딩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또다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흥하든 망하든 간에 경영자는 무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위치다. 비즈니스 파트너뿐만 아니라 믿고 따르는 직원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이유가 어떻든 무책임하고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글로벌 경기침체 때 벌어진 미담을 소개할까 한다. 수입 위주의 G업체 W사장은 화주와 연간계약을 했지만 운임이 계속 오르자 적자의 늪에 허덕이게 됐다. 직원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줄 형편이 못됐다. 그 역시 밤에 잠도 못이루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를 눈치챈 아내가 W사장에게 “사장이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좋을 때가 있으니 우리 생각은 하지말고 남에게 피해주는 일 없이 깨끗이 정리하라”고 충고했단다.
그 말에 힘입은 W사장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모두 갚았다. 그리고 솔직하게 직원과 파트너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얘기했단다. 감동을 받은 파트너들과 직원들은 너나 할 것없이 회사의 재기에 합심했고 연초에 굵직한 카고를 수주해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특히 사업을 하는 경영자에게는 사회적 책임을 가진 선택이 필요하다. ‘나’ 자신보다 ‘나’를 믿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를 버려야 할 자리가 바로 올바른 경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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