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영세업체 위한 법 도우미 되겠다!"
김천수 전 부장판사, 물류전문 변호사로 자처
"글로벌 수준에 맞는 물류법 연구 커뮤니티 만들 계획"

김석융 부장(simon@parcelherald.com)

법조계에서 물류분야는 상법 상 하나의 작은 분야에 불과하다. 그만큼 인기가 별로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사문제나 클레임 문제를 제외하고는 이슈가 많지 않은 비인기 분야다.
그런데 최근 한 법조인이 '물류 전문 변호사'를 자처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물류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제1호 존엄사 판결을 해 세간에 이목을 모았던 김천수 전 서울서부지법(민사) 부장판사는 금년 2월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새롭게 출발했다.
3월 26일 공식적인 개업식에 앞서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천수 변호사는 지난 앞으로 기업과 국가 간 물류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분야의 법률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의 운송과정에서 제품의 분실이나 파손 등 단순한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여러 국가의 국내법이 얽혀 있어 사전에 세심한 법률 검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물류 관련 업체들이 국내외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모든 단계에서 맞춤형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육상 하역 보관 등 비교적 영세한 업체들에 법률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벌써부터 관련 업체의 자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김천수 변호사는 이미 판사로 활약했던 5년전부터 물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지난 2005년 인하대학교 하헌구 교수의 권유로 물류비즈니스 최고경영자과정을 수강하면서 물류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같은 대학교 물류대학원 MBA를 마쳤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물류에 푹 빠져 있다.
"MBA에서 물류의 개념이 이해되지 않아 보름간 잠을 설치면서 고심할 정도로 생소했다"는 그는 "이제 물류가 인간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컨트롤 타워(관제탑)과 같은 최고의 매니지먼트, 최상의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털어놓았다.
김 변호사는 "물류는 항공 · 해운 · 육상 운송에서 하역 보관 등 제품이 생산된 뒤 폐기되는 순간까지 모든 흐름을 포괄하는 말"이라며 "법적 분쟁이 매우 다양한 단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물류의 개념을 모르면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제품의 원료나 상품이 여러 국경을 이동하면서 그 흐름에 따라 제품의 가격 등 경쟁력이 달라진다"며 "중국의 실크로드,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재 각국의 기업과 정부는 자국에 유리하게 물류 시스템을 선점하려 하고 있고,심지어 미국은 우주 물류를 생각하는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물류인이 되기로 결심을 굳힌 그는 2008년 2월 인하대 물류 MBA 과정(GLMP) 1기에 등록했다. 지금은 같은 대학에서 물류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물류 연구팀 팀장을 맡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항공과 해운업체는 법적 자구책을 나름대로 잘 갖춰 놓았지만 나머지는 영세해서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다 대법원 판례도 이들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며 "이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물류인들이 기본적인 법률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서포트의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장기적으로 5~10명의 로펌을 만들어 물류에 대한 법적 규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천수 변호사는 전주해성고 출신으로 서울대법대(82학번), 사법연수원 제18기, 부산, 울산, 수원 각 지법판사, 서울고법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행정), 인천(형사)·서울서부지법(민사) 각 부장판사, 히토츠바시대학·미 버클리 대학 각 장기연수, 대법원 UNCITRAL 국제규범연구반(운송, 담보, 전자상거래) 반장, GLMP 2기, 인하대학교 물류MBA(MGLM) 1기, 물류박사과정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지난 1997년 교통사고 크게 당해 영구 장애 판정까지 받았으나 이를 마라톤으로 극복, 작년 2월에는 완주를 할 정도로 의지의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