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에코비스,김익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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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12.16 10:51   수정 : 2009.12.16 10:51
[지난 호에 이어]
창구마다 담당자가 없어서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서류를 내밀면 시신인 것을 알고 대충대충 허가를 내주는 덕에 그래도 다행히 그날 새벽에 통관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었다.
관에 덮어두었던 태극기는 치워지고 그 대신 화물임을 알리는 물표 번호가 붙여진 채 보관 창고로 운반되었다. 그러나 냉동창고가 없었다. 냉동창고에는 이미 육류가 보관되어 있어서 시신을 같이 둘 수 없다고 하고 그렇다고 시신을 밖에 둘 수도 없고 난처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행 비행기는 다음날 저역에나 도착하고…
창고장과 협의를 했다.
“지금 이 상황이면 너도 집에 못 가고 나도 집에 못 가고 이 시신을 지켜야 한다. 서로 타협점을 찾아보자.”
다행히 냉장창고가 비어 있었다. 과일과 꽃 제품이 있었지만 다음 화물은 며칠 뒤에야 들어올 것 같다고 해서 임시방편으로 냉장을 냉동으로 바꾸기로 했다. 소요되는 모든 경비와 직원들 수당을 현금으로 주기로 하고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깎아보려고 정신없이 협상을 하고, 그러다가 모든 것이 끝나고 지게차로 옮길 때 순간적으로 눈물이 났다. 시신 앞에서조차 돈에 자유로울 수 없는 내가 미웠고 젊은 죽임이 안타까워서도 눈물이 났다. 나이에 상관없이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쉽사리 멈춰지지 않았다.
이런 차가운 땅에서 내가 그렇게 되면 내 존재는 며칠만 지나도 모든 이의 기억 속에서 없어질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휴가 일정도 취소되고 아무 이득도 없었지만. 아직도 그때 그 사고자의 여권 사진을 보며 눈물 흘리던 순간이 생각난다.
그 이후로도 네 명의 사고자 시신을 서울로 보냈다. 모두 단순사고(화재, 교통사고, 익사)로 돌아가신 분들이었는데 그때마다 안타까운 죽음에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
업무상 원한관계로 추정되는 살인에 의한 사망 사고도 있었다. 초창기에 러시아에 정착한 시계 바이어가 있었다. 한국에서 시계로 꽤 명성이 알려진 중고가 제품을 독점으로 러시아에 판매를 하고 있었다.
이 사업가와 난 동갑이었고 화물 운송 업무로 자주 만나곤 했다. 가끔 러시아 현지인 고객 또는 관공서에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 친구를 찾아가서 예물용 시계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도 했다.
업무상으로는 피곤한 일이 많았다. 러시아에서는 화물이 분실되는 일이 아주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시계 같은 고가품은 분실사고가 더 잦았다. 분실을 줄여보고자 나무박스를 이용해 보기도 했으나 오히려 ‘고가품 화물이 여기 있다’고 알리는 꼴이 돼버려 분실은 더욱 많이 일어났다.
그래도 우리 회사와 계속 거래를 한 이유는 다른 업체들은 화물 분실시 아예 책임을 회피하는 데 반해 우리는 책임지고 보상을 해줬기 때문이었다.
사고가 나기 바로 전날 그 사업가와 여러 차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동종업계 경쟁으로 출혈 덤핑을 하고 있어 운송료는 계속 내려가고 대부분의 업체가 문을 닫고 있던 시기였다. 그는 나에게 원가 이하의 가격을 요구했고 함께 보낸 서류에는 경쟁업체에서 보낸 가격이 나와 있었다. 그 가격에 운송료를 맞추기란 불가능했고 시계는 분실도 많아서 맡고 싶지 않았지만 고정 고객이어서 원가 정도로 진행하자고 설득했으나 절충이 안 되었다. 계속 설득하다 안 돼서 다음날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일단은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경쟁사에 맞설 수 있는 가격을 서울 사무실과 같이 상의하여 결정한 후 사무실에서 가까운 업체를 찾게 됐다. 그곳 사장님도 한국인이었고 알고 보니 그 시계 바이어하고 대학 선후배 사이였다.
그분은 말없이 연신 줄담배만 피워대더니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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