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에코비스,김익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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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11.19 09:30   수정 : 2009.11.19 09:30
어이없는 죽음

[지난 호에 이어]
이륙시간이 새벽 1시여서 그 직전까지 손님들과 술을 마시고 난 끝이라 기내에 들어오자마자 머리도 아프고 몸이 힘들어서 담요가 깔린 ‘1등석’에 누웠다. 안전벨트도 안 매고 아무 생각 없이 무심히 있었는데 이륙을 하자 곧바로 내 몸이 쭉 하고 미끄러지면서 맨 끝 좌석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승무원들은 재미있다고 낄낄대고 … 하는 수 없이 나도 박스를 주섬주섬 챙겨서 바닥에 깔고 잠을 청했다. 중간에 기내식이라면서 빵과 사과 하나를 건네주는데 속도 불편하고 해서 먹지 않았다.
그렇게 10시간 정도가 지나서 잠깐 잠이 들어 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이상했다. 이번에는 내 몸이 비행기 머리쪽으로 쭉 미끄러져 올라가고 있었다.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추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에 무슨 놀이공원도 아니고…’ 승무원이 벨트 잘 잡고 있으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착륙했다.
그래도 90년대 초부터 매주마다 한국산 화물을 러시아로 보낸 기특한 비행기이고, 96년 처음 우리 회사에서 전세기로 계약을 하여 진행하면서부터 회사는 가장 큰 도약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IL-76이 없었다면 우린 더 이상 크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화물을 가득 싣고 이륙하기 전 화물이 꽉 들어찬 기내 화물칸의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언제나 마음이 뭉클해지고 감사를 드리곤 한다.
이젠 한국 제조공장들이 대부분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여 물류 시장이 워낙 많이 쇠퇴하고 이용횟수도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꾸준히 전세기로 이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러시아와 항공화물량이 줄어드는 시기에 맞추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지워질 것이다.
IL-76을 처음 계약하고 한국에서 화물을 실어 러시아로 운항하기 위해 텅 빈 비행기 상태로 나 혼자 타고 올 때의 그 감격은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날 이후 나는 이 사랑스런 독수리와 함께 한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비행하며 내 꿈을 만들어 왔다.

94년 12월 말, 모스크바에 와서 합류했던 작은 형 가족이 12월 28일에 서울로 돌아가고 연말을 혼자 지내고 있었는데 12월 30일에 모 건설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모스크바 외곽도시에서 공사를 하던 팀인데 컨테이너 숙소에 불이 나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시신을 서울로 보내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몰라 항공사의 소개를 받고 연락을 했다는 것이었다.
급하게 그 회사를 방문했다. 컨테이너이긴 하지만 부엌까지 다 갖춘 제법 고급스러운 사무실이었다. 관련 서류를 검토하던 중 왕복 비행기 티켓을 발견했는데 듣자니 이번에 숨진 사람의 것이라고 했다. 약혼식을 하기 위해 서울에 다녀올 예정이었던 사원을 축하할 겸 회식을 했다고 한다. 그 사원은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자기 컨테이너 숙소로 돌아가 라면을 끓이다가 과열로 인한 화재가 난 것 같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는 난로 위에 불에 그을린 냄비가 있었다. 추운 겨울 난로 옆에서 잠들었다가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된 것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는 안타까운 사고였다. 서울에서 남자 친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을 약혼녀는 얼마나 비통한 마음이었을까…하루만 잘 보냈으면 그 티켓으로 오늘 약혼을 할 젊은 친구였는데…
여권 사진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아니도 나와 같았고 여권의 사진도 정말 나와 비슷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 머나먼 타국에서 이런 비극적인 일을 당하다니…
하석인지 알루미늄인지 건설자재로 급조해서 만든 관 위에 태극기가 덮어져 있었다. 그 관을 트럭에 싣고 공항 화물 청사로 갔다. 시신 운반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휴가기간이라 공항에 직원도 거의 없었다. 그날 날씨가 정말 추웠는데 밤새 공항 창고와 활주로를 돌아다니다 보니 스키복을 입고 있어도 온 몸이 얼어버릴 것 같았다. 온도계는 영하 24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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