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국적항공사 화물부문 적자 "한계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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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04.13 14:45   수정 : 2009.04.13 14:45
비용보전 불가한 가격구조...KAL 올들어 월 600여 억원 적자

국적항공사의 화물부문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적자로 인해 곤욕을 치루다 못해 한계상황에 왔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항공유 급등에 따른 운항 원가 급상승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화물수요 감소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된데다 원화 환율의 지속적인 평가절하로 인해 적자는 이제 더이상 메우지 못할 상태까지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화물부문 3년간 7천억 적자
지난 2005년까지 소폭의 흑자 구조를 이어왔던 KAL의 화물부문이 2006년 이후 적자폭이 점점 늘어난 끝에 급기야 작년 한해 동안에는 4,000억원 이상의 화물적자를 기록했다. 3년간 적자가 7,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들어와서는 매월 600여 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화물사업 자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카고 역시 4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적자를 기록한 이 항공사는 작년에만 1,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운항연료비 6년전보다 4배 증가
이같은 적자 요인에 대해 김종철 대한항공 상무는 "운항 원가에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비용을 현재 유류할증료 적용기준으로는 절대 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유류비용을 항공사가 100% 외화로 지출하고 있으나 항공사의 한국발 수입은 100% 원화 구조여서, 최근 고환율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원화의 약세에 대해 유류할증료 보전 비용의 부족으로 적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실제로 항공사의 유류비용은 대한항공 화물사업 부문의 경우 지난 2003년 4,000억원 남짓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무려 1조 7,000 억원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기타 비용은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현재 2003년의 비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상승하는 항공유가의 부담은 국적항공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수요부진
설상가상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발 항공화물이 사상유례없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무역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발 항공화물은 3만 322톤에 그쳐 작년 1월의 4만 1,896톤보다 무려 27.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들어서 3만 6,328톤, 3월(추정) 4만 2,955톤으로 차츰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지난해보다 2월 10.9%, 3월(추정) 6.75% 마이너스를 기록해 평년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김종철 상무는 "최근 미주 및 유럽행 LCD, 핸드폰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이는 경기침체에 빠진 선진국가들이 판매재고를 너무 줄여 공급이 달리자 이를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일시적 수요 급증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선 살고보자…공급량 대폭 축소•연이은 운임인상
적자폭이 한계상황까지 치닫자 항공사들은 앞뒤 생각할 여유없이 '우선 살고 보자'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말 3대의 화물기 임차기를 조기 반납한 상태고 5월 중 우즈베키스탄항공에 임대할 A300-600 화물기 2대도 이미 그라운딩돼 사실상 지금까지 총 5대의 화물기 기재가 축소됐다. 게다가 적자 경영지이 지속될 경우 추가로 대한항공의 주력 화물기종인 B747-400F도 축소시킬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4월 중 반납을 위해 지난 2월 화물임차기 1대(편당 100톤의 B747-400F)를 세워놓았다. 4월 중 정식 반납을 위한 것이지만 이 화물기가 빠지면서 LA행 화물노선이 주간 3편이 빠졌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화물기를 매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수지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그라운딩을 검토하거나 운항축소를 단행할 것"이라며 "지금도 일부 운항편수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어쨌든 이로 인해 2~4월 사이에 무려 6대의 화물기가 한꺼번에 빠져 주간 공급량만해도 500여톤 이상의 스페이스가 사라진 것이다.
외국 항공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루프트한자 4대, 말레이시아항공 4대, 에어프랑스 4대, 아틀라스(폴라에어) 7대, 케세이퍼시픽 3대, 중화항공 3대, 싱가포르항공 3대, 일본항공 2대 등 총 30여대의 화물기가 운항을 멈췄다. 이로 인해 외항사의 한국발 공급역시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셈이다.
운항기재의 축소에 더해 운항연료비 등 변동비 조차 보상 안되는 노선에 대해 운항횟수를 줄이는 등 공급 구조조정도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11월 주간 147회에 달하는 운항횟수를 지난 2월 136회를 축소한데 이어 2/4분기에는 120회로 감축할 방침이다. 특히 장거리 노선인 미주와 구주의 운항횟수 감편이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11월 48회였던 대한항공의 미주행 운항횟수가 2월 42회로 줄더니 2/4분기에는 39회로 축소될 예정이다. 무려 주간 9회가 없어진 것이다. 구주행 역시 작년 11월 대비 7편이 줄은 26회를 운항될 예정이고 중국 역시 7편이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돈 안되는 한국발 비중을 사상유례없이 축소하고 있다. 원화 약세로 인해 한국발 수지가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지난 2007년까지 30% 대를 유지하던 한국발 공급비중이 급기야 올초 25%이하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익성 있는 지역에 집중시켜 수지를 개선하자는 전략때문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한국발 스페이스 부족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부족 현상은 자연 운임인상으로 이어졌다. 항공사 측은 그동안 높은 유류할증료때문에 최저 운임을 유지해 왔지만 지금은 유류할증료 자체가 제로이기 때문에 지난 2월, 3월, 4월에 걸친(일반 성수기 운임인상보다 더 빈번한) 잇따른 운임인상은 사실 '운임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인해 연초 대기업과 항공화물운송 연간 계약을 맺은 포워더들은 급격히 높아진 운임때문에 가뜩이나 급증한 화물이 더해져 큰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한항공 "항공화물 유류할증료 다시 만들어야"
지난번에 이어 4월 16일부터 5월 16일까지 적용되는 한국발 항공유류할증료도 제로가 됐다. 현재의 항공화물 유류할증료 적용 기준을 의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국적항공사로서는 현재도 여전히 유류할증료를 적용하고 있는 외국항공사가 부럽기 짝이 없다.
국적항공사가 한국발 유류할증료를 장거리 기준으로 kg당 0원을 적용하는데 비해 루프트한자카고는 720원, 에어프랑스는 430원, 에바항공 350원 등을 징수하고 있다.
이에 국적항공사 측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유류할증료 적용 시스템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종철 상무는 "항공사가 항공유를 구매할 때 미화(USD)로 하는데 징수는 원화로 하고 있다"며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통화단위를 USD로 해야 하거나 해운의 CAF(통화할증료)처럼 환율 리스크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상무는 "국적항공사의 채산성 악화가 현 상태에서 지속할 경우 항공사의 경영위기로 비롯된 화물스페이스 공급 대란이 빚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포워더와 화주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악순환 구조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정부, 화주, 포워더 그리고 항공사의 공통분담과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적항공사의 유류할증료 적용방식의 변경이 어느정도 반영될 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일단 포워더 측은 "급격한 운임인상보다는 차라리 부대할증료인 유류할증료를 적용해야 한다"며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화주측 특히 대기업의 경우 현재 상태에 오히려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유류할증료 적용 기준체계 변경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석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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