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합리적 명절선물 정착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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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4.11.04 13:19   수정 : 2004.11.04 13:19
‘무차별적 안주고 안받기식’ 내수경기 후퇴
[2004/9/27]

택배업계에서는 올해 추석특수기간의 특징 중 하나가 ‘반송물품의 증가’로 꼽고 있다.
무조건 ‘안주고 안받기’식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났기 때문. 작은 선물도 받은 흔적이 있으면 당장 개인의 신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풍토가 올해 크게 확산되고 있어, 추석기간 중 내수위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21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 박용성)는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선물문화를 미풍양속의 유지차원에서라도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의가 부패방지위원회 등에 제출한 ‘합리적 선물문화 정착에 대한 업계의견’ 건의문에 따르면 ‘소비심리 활성화’와 ‘미풍양속 유지’ 등을 위해서는 ‘안주고 안받기’보다는 합리적 선물문화의 정착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가계부문에서의 추석 지출도 예전만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접대비 실명제의 영향으로 기업부문의 추석선물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명절 거래처 선물용으로 주로 이용되는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한번에 50만원을 넘게 구입하면 접대상대방의 인적사항과 접대목적 등을 건건이 기재,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두 자리 수의 증가를 구가하던 상품권 매출액이 접대비 실명제가 도입된 올해부터 법인매출액만 전년대비 30∼50%의 감소세를 보인 적이 있다.
일부 백화점의 경우 기업이나 단체대상 추석 선물세트와 상품권의 예약판매실적이 작년에 비해 5∼10% 줄어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특히 가뜩이나 매출이 부진한 재래시장이나 지방 중소유통업체들은 정도가 더 심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도 횡성시장의 장태종 조합장은 “작년까지는 추석전 3주부터 명절경기가 있었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추석을 1주 앞둔 지금에야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겠다던 정부의 의지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지방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공직자 윤리강령 강화’와 ‘농림부 차관의 촌지수수 사건’ 이후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물론 뇌물이나 대가를 바라고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문제지만, 우리 민족 대대로 이어온 미풍양속 중의 하나인 추석선물까지 금기시하는 분위기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건의문에서 소박한 선물문화의 확산을 통해 미풍양속을 유지하고 다소나마 내수진작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물성격의 선물은 철저히 단속이 되어야겠지만 소박한 명절선물 관행은 권장되어야 할 미풍양속이라면서, 무차별적인 ‘선물근절 분위기’는 지양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의문은 “과거 부정부패가 심각했던 일본에 합리적인 선물문화가 정착된 데에는 ‘오츄겐(中元 : 음력 7월 15일)’, ‘오세보(歲暮 : 연말)’ 문화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오츄겐(中元)’, ‘오세보(歲暮)’는 우리의 추석 및 연말연시 기간을 일컫는 말로 이 기간 동안에는 1∼5만원(1,000엔∼5,000엔) 상당의 선물을 대가없이 주고받는 문화를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문화는 도소매경기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건의문은 전했다. 일본 미츠코시 백화점의 연간 매출액중 ‘오츄겐(中元)’, ‘오세보(歲暮)’ 선물 매출액만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에서도 식품선물 매출액은 연간 식품 매출액의 60% 정도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또한 기업을 상대로 하는 매출비중도 높아 내수진작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민족의 대명절이라고 하지만 경기침체와 공직사회 기강확립으로 소매경기는 맥을 못추고 있다”면서, “선물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합리적 선물문화의 정착이 최선이고, 선물 통제는 차선책임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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