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과의 공존(?)- 사설

  • parcel
  • 입력 : 2004.11.04 13:11   수정 : 2004.11.04 13:11
[2004/9/27]
우리나라에 근대적 우편 시스템이 첫 도입된 것은 1884년이다. 잘 알려져 있듯 개화파 인물인 홍영식이 우정총국을 설치하면서 구한말 근대적 우편시스템이 우리나라에 구축됐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나라의 우편시스템은 우편집중국 설치, 인터넷과의 연계 등으로 전세계와 서신교환이 가능한 현대적 시스템으로 변모했다.
물론 초고속인터넷과 이메일의 발전으로, 개인간의 서신은 예전 같지 않지만 광고우편물이나 각종 고지서등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에 대응하는 민간배달서비스인 택배 서비스도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택배서비스는 배달원이 직접 물건을 받아간다는 점, 비교적 빠르다는 점, 비교적 큰 물건도 문제없이 배달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 케이블TV나 인터넷을 이용한 홈쇼핑의 발달과 함께 택배 서비스도 급속하게 성장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택배의 영역과 우편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다. 우편은 전통적으로 서신을 운반하는데 강했고, 택배는 소포를 보내는데 강했다. 하지만 이들의 중간영역을 택배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쪽은 우체국이다. 기존의 기능을 택배업체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택배업체들도 우체국에 대한 불만이 더 강하면 강했지 덜하지 않다. 도저히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정차 혜택, 국가 인프라망 사용, 인력의 원활한 공급, 세제혜택 등 우체국이 받고 있는 수혜는 민간택배업체에 비해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한 양자간의 갈등은 향후 택배시장의 존립여부를 흔들만큼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택배는 민간업체와의 공식적인 경쟁을 지난해 선포한 이후 저가격 공세와 민간택배업체 수준의 서비스 향상을 이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간업체들 역시 피를 흘리면서 우체국에 근접한 가격체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것이 심화된다면, 물론 우체국에서 주장하듯 이용자인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발전적인 택배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치명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서로 인정하는 가운데 각자의 사업영역을 지키고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향후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택배는 사람이 물건을 받아가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불편함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워낙 택배물량이 많고 교통이 혼잡하다보니 택배배달원이 택배물건을 받아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약속된 시간에 배달원이 오지 않을 때도 있어서, 갑갑해질 때도 간혹있다.
하지만 우편의 경우, 본인이 스스로 접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론 택배도 편의점 등에서 접수가 가능하긴 하지만, 우체국이나 우편취급소는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해있어 보다 이용하기 편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편의 경우 대도시 일부에 설치된 무인우편창구를 이용하면 등기우편물임에도 기계를 상대로 아무 때이고 우편물을 보낼 수도 있다.
양자간의 영역 싸움에만 치닫을 것이 아니라 민간의 신속함과 첨단 택배시스템, 우체국의 전국지점망을 효율적으로 연계할 경우 강력한 택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양자간의 공존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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