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7년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사내 연애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사장님은 사내 연애를 하면 여러가지 부문에서 곤란한 점이 많다며 아예 면접할 때부터 '사내연애는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습니다.
일례로 상사가 사내 연애를 하는 한 사람을 혼내면 애인 당사자 역시 혼난 당사자와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에 능률이 안오른다는 것입니다.
또 서로 싸우거나 문제가 생기면 역시 회사 업무에도 지장이 생기고 전체적인 사무실 내 분위기도 다운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각각 100%씩 업무를 한다면 사내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200%의 업무를 한다기 보다 150%도 안되는 능률을 보일 경우가 있어 이를 경계하자는 차원이지요.
그런데 젊디 젊은 사람들의 뜨거운 마음을 회사에서 막을 수 있는 사안입니까?
같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마주치는 여직원에게 자연스럽게 눈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우연히 소주 한 잔 기울이게 된 일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사내연애 엄격금지 조항때문에 연애를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다는 점이지요.
심지어 서울에서 만났다가는 걸리기 쉽상이어서 멀리 경기도 외곽지역에서 매주 만나 데이트를 하게 됐습니다.
한번은 고객 화주와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기가막히게도 제 애인에게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더군요.
터 놓고 '그 여자 내 여자요'라고 할 수도 없고 완전히 벙어리 냉가슴이었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7년 동안 다행히 사내에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결국 프로포즈를 하면서 제 애인은 조용히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후 사장님과 상사에게 청첩장을 돌렸습니다.
경위를 설명하자 모두들 놀라워하더군요. 어떻게 그리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느냐 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저도 무척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끔 몰래 사내연애한 시절이 그립습니다.

- 외국계 포워더 D사에 근무했던 W사 한 임원의 옛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