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8/30]

저는 전직 택배직원이였습니다. 요즘 들어 택배기사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인터넷에 넘치고 있는 줄 압니다.
그런데 택배배달기사 알고보면 불쌍한 직업입니다. 휴가는 꿈도 못 꿉니다. 추석, 설날 명절에는 차 안에서 혼자 마음속으로 차례를 올리기 일쑤지요.
하루에 배달해야 할 물건량이 최소 50개에서 150개정도가 넘습니다. 배달하는 지역도 엄청 넓죠. 보통 기사 한명이 담당하는 동이 최소 3개에서 최대 5개도 넘어요. 회사마다 틀리지만 오전에 출근해서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나면 11시부터 차 운전하면서 배송 출발 합니다.
점심이요? 저 택배일 하면서 점심 밥 한번 먹은 적 없습니다. 운전하면서 먹는 빵하고 우유가 전부예요. 택배기사님들 왼쪽 팔 보신 적 있나요? 아주 새까맣게 타 있습니다.
제가 일하던 택배는 사무실이야 산재보험 가입되어 있었지만, 운전하는 차량은 무보험차량이였답니다.
상대방 100% 과실로 교통사고가 나서 알게된 사실이죠. 죽었다면 저만 억울했을 겁니다.
혹시라도 배달 도중 물건을 분실하면 진짜 사람 환장하죠. 사무실에서 은근히 도둑놈(?) 쳐다보듯 합니다. 물건이 분실되었다면, 사무실에서는 바로 물건값을 계산합니다.
물론 월급날이 지났다면 다음달 월급에서 공제하는 걸로 하고서 대부분 월급에서 공제합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물건배상을 위해서는 영업소 소장님께서 직접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을 합니다. 월급에서 공제하면 되니까요.
우리나라 사람들 성격 급한거 다 아시죠? 사실 택배업무를 하다 보면서 느끼는 건데요. 정말 하루에도 몇번씩 물건주인(?)들에게 전화 걸려 옵니다. 대부분 빨리 가져다 달라는 내용이지만 말이죠.
하지만 그 정도면 다행이죠. 물건이 분실, 파손 등과 같이 잘못됐을 경우 물론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하기는 합니다만, 확실히 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연락을 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택배기사를 할 때 한달 핸드폰 요금이 20만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핸드폰요금 거의 기사본인 부담입니다.)
월급 많이 받아야 서울에서 일하시는 분이 130만원 정도 받더군요. 여기서 핸드폰 요금 빼면 110만원정도 남습니다. 만약 고가의 물건이라도 잃어버린다면 월급에서 고스란히 공제되어 나옵니다.
고객님들, 제가 이 편지를 쓰게 된 것은 너무 택배기사님 미워하지 말아달란 의미입니다. 물품의 원활한 배송을 위해 천직으로 알고 뚸어다니는 택배 기사님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서비스라는 것이 잘하면 본전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이야기는 별로 없는 것이 서글픕니다. 택배를 이용하시는 고객들의 불편이야 얼마나 많으시겠습니까만, 그 전에 고객들께서 잘못 신청한 바가 없나 충분히 고려하시고, 또 고생하는 택배기사들을 격려하시는 마음이 먼저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참고로 인터넷 쇼핑이나 홈쇼핑을 이용해서 물건을 구입하실 때 반드시 판매자에게 주소, 연락처를 확실하게 알려주세요.
급하신 물품일 경우 판매자에게 얘기를 해서 택배비를 본인이 부담해도 좋으니 빨리 보내달라고 하셔도 됩니다. 일명 착불이라고 하죠.
하지만 주거래 택배회사와의 계약으로 인해 그렇게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부재중일 경우를 대비해서 집근처 항상 사람이 있는 슈퍼나 미장원 등의 이름을 적어주세요. 단골가계라면 더 좋습니다.
그 다음에 입금확인 후 배송중이라고 메세지가 뜬다면 바로 판매자에게 운송장번호를 요구하세요. 그럼 이 순간부터는 판매자는 물건에 대한 책임이 없습니다.
특별히 판매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미도 포함됩니다. 판매자가 알려준 택배회사로 전화를 걸어서 운송장번호를 불러 줍니다.
바로 운송장번호로 현재 그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 물건을 배송할 기사분의 연락처도 물어보면 가르쳐 줍니다.
- 전직 택배직원이 일반 고객에게 드리는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