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현장 인력 처우개선 시급

  • parcel
  • 입력 : 2004.11.04 12:20   수정 : 2004.11.04 12:20
단가 하락·화물자격증 등으로 지원인력 급감
[2004/8/30]

“택배를 5년 하다가 민생고에 시달려 처자식 굶길까봐 그만뒀습니다.”
모 택배회사의 경기지역 한 영업소에서 택배기사를 했다가 지난 8월에 그만둔 W 씨는 ‘택배’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돌린다.
그는 “택배회사들의 본사와 영업소(지사)들이 택배 집?배송 기사들을 너무 이용한다”며 분개하면서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직종을 선택할 사람은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W 씨는 택배 기사들이 자기 차량를 직접 구입, 택배영업소(지사)와 계약을 하기 때문에 배분 문제에 상당한 비합리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에 따르면 총 매출이 가령 1만원일 경우 본사가 약 60%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영업소(지사)에서 약30%, 집하기사는 10%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차량 유류비 및 유지비, 전화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게 없다고 한다.
집화 영업을 했을때도 상황은 마찬가지. 기사가 영업을 해서 가져가는 게 1,100원을 가져가는데 거기서 부가가치세를 100원이 또 나간다. 그러면 그 기사는 한 건 할려고 부단한 노력과 전화비 기름값 차량소모비를 빼고 나면 결국엔 본사와 지사(영업소)만 배불리게 된다는 것.
W 씨는 “그렇다고 본사나 지사(영업소)에서는 단돈 1원푼 지원해주는 것은 없고 그러니 그 기사들이 가정에 안정이 되겠습니까?”라며 지입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택배업종은 선택하는 사람들이 괜히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힘든 만큼 제대로 수입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W 씨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듯 하다. 본지가 택배 차량 및 인력을 소개해 주는 물류 인력회사를 몇 곳을 조사한 결과, 그 내용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고양시에 위치한 J사 관계자는 “추석을 앞둔 택배회사에서 인력과 등록차량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지만 정작 지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택배기사 기피현상은 비수기와 불황이 겹치면서 운임단가가 급락하자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택배 인력 및 차량 중개업계에 따르면 현재 기업택배 단가 2,5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집화일 경우 건당 300∼400원, 배송일 때 700원∼800원이 택배기사에게 돌아간다. 이를 역산하면 하루 집화 20∼30건, 배송 70∼80건은 되어야지 하루 벌이 10만원 안팎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
그러나 여기서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 부가세, 전화비 등이 택배기사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성동구에 위치한 택배 중개업체 K사 경영자는 “과거 단가가 높았을때는 비록 힘들어도 월급제보다 좋았지만 지금은 단가가 너무 내려감에도 대형 택배업체 본사와 영업소간의 수수료 체제가 정액제여서 택배기사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올해 들어 평균 3개월 만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택배 인력 확보에 또 걸림돌로 최근 본격 시행중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시행규칙이다. 신규 차량 진입 전면 금지와 화물자동차운전자격증으로 택배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비용 부담과 절차상 까다로움을 들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중개업체들의 전언이다.
운전면허증은 물론이고 화물차 운전 자격증, 교육필증, 화물연합회 발행 운전 자격증 등 4가지를 구비해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업 허가차량 번호판을 구하기 위해서는 차량 구입비 외에도 별도의 ‘넘버구입비’까지 포함돼 지입만으로도 물경 1,000만원 가깝기 때문이다. 이는 법이 개정되기 전보다 약 1.5~2배 이상 치솟은 액수다.
부곡에 위치한 중개업체 Y사의 경영자는 “택배업종이 최첨단 물류이고 고용 안정 업종에 속함에도 구조적인 수익배분 문제와 정부의 규제로 인해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오는 추석을 시작으로 택배현장 인력난은 내년 설(구정)까지 이어져 최고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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