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택배4사 상반기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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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4.09.13 15:13   수정 : 2004.09.13 15:13
“캄캄한 터널, 끝은 어딘가” 빅4 위기감 고조

상반기 실적, 수익성 저하 심각...끝없는 단가하락


“여기까지인가 아니면 단지 조정국면인가?”
지난 상반기 택배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내수침체, 단가급락, 고정비 증가 등 3중고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체감 택배시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느낌이 들 만큼 위기감이 팽배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최첨단 물류서비스의 택배 열풍은 이제 꺾인 것인가?
지난 상반기 대형 택배 4사 실적은 택배산업이 어두운 터널 속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택배가 생겨난 이래 가장 낮은 물량 증가율은 그래도 봐줄만 하다.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매출과 ‘뚝뚝’ 소리가 날 정도로 떨어지는 평균단가는 마치 택배 4사의 고통스런 신음소리 같다.


◆ 매출, 제자리에 서!
본지가 최근 대형택배 4사로부터 받아 집계한 지난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4사의 택배물동량은 9,385만개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작년동기대비 10%, 작년 하반기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극심한 내수침체를 감안할 때 이같은 증가세는 대단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매출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형 택배4사 매출은 3,123억원으로 작년동기대비 7.1% 증가했지만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제자리 걸음(0.1%)만 했음을 볼 수 있다. 뼈빠지게 택배물량을 유치했어도 단가하락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의 상반기 단순 평균단가를 보더라도 작년상반기 개당 3,422원보다 2.7% 하락한 3,328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개인택배 물동량이 전체 취급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한진택배의 영향이어서, 실제 평균단가는 더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매년 30~40%의 증가율을 이뤄왔던 이들 빅4에게 10% 증가란 마이너스와 같은 느낌이다. 빅4 기업의 한 택배전략팀 관계자는 “대형 택배사들은 대개 20% 이상의 성장을 예상하고 연초 계획시 이에 맞춰 인프라 확충을 계획하지만 상반기 매출 증가율을 감안한다면 매우 비관적”이라며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음을 암시했다.
업체별 결과를 보면 현대택배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회사는 지난 상반기 동안 2,936만개를 취급해 작년 상반기보다 15.4%(작년 하반기 대비 9.8%) 증가했다. 매출액은 937억원으로 9% 성장해 당초 예상인 10% 성장에 약간 못미친 결과를 얻었다. 하반기 대비 4.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평균단가는 3,191원으로 작년같은기간 대비 5.6% 감소, 4개 업체 중 단가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택배의 올해 목표는 6,100만개의 물량을 처리, 200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대한통운은 상반기 동안 2,315만개를 처리, 12.4% 증가율을 기록했고 작년하반기 대비 4.3% 증가했다. 매출은 77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상반기 대비 7.5%, 하반기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평균단가는 지난해 3,400원 대에서 3,355원으로 떨어졌다. 대한통운은 올해 5,610만개에 1,755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사보다 고가격 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한진택배는 상반기 동안 2,078만개를 처리했으나 매출은 764억원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개인택배 물량이 전체 33%인 점을 감안한다면 기업택배부문의 평균단가하락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전체 평균단가는 3,677원으로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택배의 올해 목표는 4,887만개에 1,770억원.
수년간 가장 급격한 성장을 보여왔던 CJ GLS는 지난 상반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물량적으로는 2,056만개를 처리해 작년 상반기 대비 4.6%의 증가세를 이뤘으나 매출은 645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물량은 0.7% 증가에 불과하고 매출은 무려 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단가 역시 4사 중 가장 낮은 3,13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CJ GLS 관계자는 “관계사인 CJ39쇼핑 물량이 약 26% 차지하고 있어 이를 단순 계산한 것이기에 이같이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전체적으로 실적 상황이 최악인 것은 부인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올해 4,860만개에 1,62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내수침체임에도 불구하고 물동량의 증가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매출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택배 4사는 막강한 고정물량이 있음에도 이같이 안좋은 결과를 맞이한 것은 충격적이다”라며 “그만큼 기존 대형고객마저 저단가 폭풍 속에 가세한 것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니냐”라고 말해 단가 폭락현상을 안타까워했다.
◆ 상반기 단가경쟁 돌입
한국교통안전컨설팅의 조경철 수석컨설턴트는 지난 8월 9일 군포복합터미널에서 열린 ‘중소택배업체의 성공과제’라는 세미나에서 “상반기 택배시장은 대형 택배사들에 의한 본격적인 단가경쟁에 돌입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는 2003년 하반기보다 경기침체로 인한 물량이 더 둔화됨에 따라 주요 시장인 홈쇼핑, 인터넷 쇼핑, 다단계판매업체들의 물량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다단계판매업체들의 물량 감소는 20~40%에 이르고 있어 택배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내수침체에 따라 이들 기업고객들은 원가절감의 일환으로 배송비를 절감시키기 위해 택배기업간 단가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수익성 악화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조경철 수석컨설턴트는 “물량이 단가에 의해 춤추고 있으며 단가 경쟁의 과열로 인해 헤어나올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게다가 대부분 영세한 인터넷 쇼핑몰의 돌연 부도가 증가하면서 택배업체들의 악성 미수금이 위험할 정도로 쌓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수석은 또 “상반기 후반부터 대형택배사들의 단가경쟁 돌입으로 건당 2,000~2,500원 사이에서 기업택배 단가가 형성되고 있고 심지어 대형업체들은 자회사 개념의 택배회사를 이용해 2,000원짜리 미만의 중소 택배물량을 유치하고 있을 정도”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빅4 택배기업들은 이밖에도 현재 수익구조의 개선을 위해 신규시설투자를 억제하는 한편 정보시스템 투자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영업소 수수료 인하, 중소택배업체 견제 강화, 단가구조가 높으면서도 안정적인 개인택배 시장으로의 적극 진출 등 다각적인 방안이 지난 상반기부터 수행되고 있다고 조 수석은 덧붙였다.
◆ 시장 공멸위기감 팽배
한편 하반기 전망에 대해 택배 4사는 ‘예측불허’를 얘기하고 있다. 가뭄에 단비 기다리듯 추석 성수기로 수익성을 맞출 계획이지만 이것도 여의치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름 뙤약볕 덕분에 농산물 풍작으로 관련 택배 물량의 급증이 예상되지만 내수침체가 너무 깊어 여기서 소비심리가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기 때문이다.
성수기에 대한 택배4사의 전망은 한결같이 일치한다. 현대택배 택배마케팅팀의 김지호 부장은 “추석 명절이 전통적인 성수기이지만 예년처럼 급격한 물량증가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꺼려했다. 한진택배 택배전략팀의 이경준 차장은 “비수기 상황이 워낙 안좋아 추석에 크게 반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대형택배 4사는 추석 성수기를 맞이해 신상품 개발, 서비스 차별화, 수익성 높은 개인택배시장 공략 등의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지만 무엇보다 내수경기의 반등이라는 ‘단비’에 목메여 있다.
그러나 내수침체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어서 택배4사의 주름살은 시간이 더할수록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장을 주도하는 이들이 궁여지책 속에 저단가 시장 공략에 더욱 몰입할 경우 택배시장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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