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 99번째 창립기념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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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6.08.28 21:05   수정 : 2006.08.28 21:05
지난 8월 28일 UPS가 99살이 됐다.
1907년 미국의 시애틀에서 작은 심부름 서비스 회사로 시작한 UPS는 현재 426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공급망 서비스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동시 상거래(Synchronized Commerce)'라는 상품, 정보, 금융의 이동을 포괄하는 새로운 물류 서비스를 선보여 전세계 물류시장에 모델이 되고 있다.
UPS 아시아 태평양 지역 켄 토록(Ken Torok) 회장은 "UPS는 창립 99주년을 맞이해 고객들을 위한 Synchronized Commerce를 더욱 강화하고 아시아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석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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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토머스 L. 프리드먼이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의 내용 중에서 UPS가 인소싱(Insourcing)을 통해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설명한 대목이다.

미국의 택배회사인 UPS의 이면을 알게 된 건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약간 초라해 보이기도 하는 짧은 갈색 바지를 입고, 그 못생긴 갈색 트럭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바로 그 회사 말이다. 내가 잠자는 동안 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택배회사가 세계를 평평하게 만드는 거대한 동력이 되고 있었다.
이 회사에 대해 처음 눈을 뜨게 해준 사람은 나의 인도인 스승이자 인포시스의 최고경영자인 닐레카니다.
"페덱스(FedEx)와 UPS는 세계를 평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배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병참기지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어느 날 전화로 내게 한 말이다. 그가 도대체 무슨 의미로 말하는지 몰랐지만 일단 수첩에 바로 메모해두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중국에 갈 일이 있었다. 한순간 UPS의 광고가 나왔는데 화면 아래 나온 UPS의 슬로건은 이랬다. "세상은 지금 같은 시간이 되었습니다(Your World Synchronized)." 그 순간 닐레카니가 말한 게 바로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UPS는 이제 단지 물품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적인 공급사슬을 같은 시간에 해치우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애틀란타에 있는 UPS 본사를 방문하기 위해 일정을 잡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루이빌 국제공항에 인접한 UPS의 항공물류 허브인 '월드포트(Worldport)' 센터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밤이 되면 UPS 화물기들이 전 세계로 보내야 하는 화물과 소포가 분류되는 가운데 루이빌 국제공항을 가득 차지한다(UPS가 보유한 항공기는 270대로 세계 열한 번째 규모이다). 내가 이곳을 방문해서 알게 된 것은, UPS는 매일 1,350만 개의 크고 작은 화물을 배달하는데, 이는 연간 360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907년 시애틀에서 닻을 올리 이 회사의 달라진 것 없어 보이는 겉모습 뒤에는 역동적인 공급 사슬 관리자로 변신한 실상이 숨어 있다.
이걸 생각해보라. 독자 여러분이 품질보증 기간이 지난 도시바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노트북이 고장날 경우 도시바에 연락해서 수리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도시바는 어떻게 할 까? 도시바는 UPS에 노트북을 넘기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UPS가 도시바에 배달하면 수리를 해서 다시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이건 지금의 현실과 다르다. UPS는 독자 여러분의 노트북을 배달만 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이 루이빌에서 운영하는 수리공장에서 노트북을 고친다. 처음 루이빌에 있는 UPS 월드포트에 갈 때는 소포들이 이리저리 옮겨지는 모습만 볼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본 건 먼지가 차단되 청정 룸에서 특수복을 입은 UPS 직원들이 고장난 도시바 노트북의 주기판을 교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몇 년 전 도시바 노트북은 화면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 요구가 많았는데, 수리기간이 너무 길다고 고객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도시바는 UPS에 좋은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고, UPS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은 우리가 고객으로부터 컴퓨터를 받아와서 도시바의 수리시설로 보내면, 당신들은 그걸 수리해서 우리에게 보내고, 그럼 우리는 그걸 다시 당신네 고객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모든 중간과정을 생략합시다. 우리가 물건을 가져가서 수리한 뒤 곧바로 당신네 고객에게 보내겠습니다."
이제는 고장난 노트북을 보내면 다음날 수리가 끝나 그 다음날 돌려받을 수 있다. UPS의 모든 수리공은 도시바가 검증한 이력으로 이후 고객의 불만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 UPS의 새로운 모습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의 파파존스 피자(Papa John's Pizza)를 주문해본적이 있는지? 파파존스 피자 트럭이 지나가는 걸 보면 누가 운전사를 파견하고, 토마토 피자소스 양파 등 재료 공급 스케줄을 짜는지 한번 물어보기 바란다. 답은 UPS다. 현재 UPS는 많은 기업의 내부로 들어가 있다. 파파존스 피자의 경우, UPS는 피자용 밀가루 반죽을 매일 가장 알맞은 때에 운송하고 있다. 쇼핑몰에서 테니스화를 사는 게 지겨우면 웹사이트를 열고 나이키 테니스화를 한번 주문해보라. 주문은 UPS로 연결된다. UPS 직원이 UPS가 관리하는 켄터키의 한 창고에서 상품을 골라 검사하고 포장하여 운송해준다. 속옷회사에 속옷을 주문해도 마찬가지다. UPS의 창고에서 이너웨어를 관리하는 UPS 직원이 주문에 따라 상품을 골라 배달해줄 것이다. 당신의 HP 프린터가 유럽이나 남미에서 고장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현지에 있는 UPS 수리소에서 수리공이 찾아와 고쳐줄 것이다. 캐나다에서 플로리다에 있는 농장에 열대어를 주문한다 해도 UPS가 처리해준다. UPS는 특수포장을 개발해 물고기를 안전하게 배송한다. 물고기는 안전한 여향을 위해 진정제를 맞는다. "물고기들이 편안하게 여행하기를 바랍니다"라고 UPS의 대변인 스티브 홈스(Steve Holmes)는 말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이런 일들은 "인소싱(insourcing)"이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협력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평평한 세계가 이를 가능하게 했고, 또 이 때문에 세계가 더욱 평평해지고 있다. 앞에서 나는 평평한 세계에서 공급사슬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월마트가 발전시킨 수준의 복합적인 세계적 공급사슬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월마트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인소싱이 탄생한 것이다. 인소싱은 평평해진 세계에서 평평해졌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챈 작은 회사들이 크게 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작은 기업들도 이제 보다 많은 곳에서 더 효율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팔고, 원료를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기업들은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세계 규모의 공급사슬을 관리할 여력이 없었다. 대기업들도 이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싶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과 무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테니스화의 품질개선에 투자했지만 공급사슬에 투자하려 들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UPS 같은 전통적인 택배회사에 전 지구적 규모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나타났다. 1996년, UPS는 "동시 상거래 해결"이라고 부를 만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해서 세계 곳곳에 25개의 보급소와 화물운송회사를 차렸다. 이로써 평평한 세계의 구석구석에 있는 공급사슬에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업은 2000년 들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인소싱"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은데, 이는 UPS의 엔지니어가 한 기업의 고유한 사업영역 안으로 들어가 제조 포장 배달의 과정을 분석하고 상황에 맞게 조정해주며, 그 기업이 의지해야 하는 공급사슬을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우 재무업무까지 대행해준다.
오늘날에는 제품을 일단 생산하면 그 제품에 두 번 다시 손을 대지않는 기업이 많아졌다. 제품이 공장에서 창고로, 소비스에게로, 수리센터로 가는 전 과정을 UPS가 감독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일까지 한다. 이런 긴밀한 협력관계는 UPS와 UPS의 고객인 기업, 그리고 소비자 간의 신뢰와 친밀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점 역시 세계를 평평하게 만드는 독특한 요소이다.
"우리의 고객과 파트너의 대부분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소기업들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요청해오는 거죠. 작은 회사들도 세계적인 규모로 사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UPS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마이크 에스큐(Mike Eskew)의 말이다. 당신이 중소기업을 운영하거나 자영업을 하고 있다면 UPS를 당신의 공급사슬을 관리하는 회사로 삼을 수 있다. 그럴 경우 당신은 실제보다 더 큰 모습으로 세상에 비쳐질 것이다.
작은 회사도 큰 무대에서 여느 대기업처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면 경기장은 그만큼 더 평평해질 것이다. UPS는 메일박스(Mail Boxes) 등의 회사를 사들여 자영업자와 소기업에게 전 세계적인 규모의 공급사슬 서비스를 해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UPS는 대기업도 소기업이나 관심을 가질 작은 규모의 거래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휴렛팩커드 같은 대기업의 경우에도 UPS를 이용하면 작은 소포나 수리한 제품을 세계 어디든 신속히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세계 곳곳에 대량으로, 그것도 대단히 효율적이고 빠르게 배달함으로써 UPS는 관세장벽을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규칙과 운송화물 추적 시스템을 채택하게 만들어 무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다. 예를 들어 UPS는 모든 운송품에 스마트 라벨을 붙여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미국 관세청과 함께 UPS가 개발한 특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있다.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 '카를로스'나 '오사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소포를 맡기면, 그것은 자동으로 UPS의 컴퓨터망에 체크된다. UPS 컴퓨터는 이 소포를 자동으로 UPS 허브에서 일하는 미국 세관직원에 통보하고, 기계 팔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소포를 들어내 다른 상자에 옮긴다. 이로써 검사과정은 더욱 효율적이되고, 의심스러운 소포 하나 때문에 전반적인 운송과정이 방해받는 일이 없어진다. 시간과 규모의 효율성으로 UPS를 이용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기업은 효율성으로 UPS를 이용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기업은 혁신에 더욱더 투자할 수 있다. UPS와 그 고객인 기업과의 협력관계는 여간 긴밀한 것이 아니다.
플라우 앤 하스(Plow & Hearth)는 전원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제품들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국적인 통신판매 대기업이다. 어느 날 이 회사가 UPS에 가구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파손이 잦다고 얘기했다. UPS에게 해결책이 있었을까? UPS는 "소포 엔지니어"를 P&H의 조달 팀에 파견해서 소포 배달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품공급 회사를 잘 고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었다. 품질 말고도 제품의 포장, 운송되는 방식까지 고려해서 제품 공급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을 P&H에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UPS가 이 회사의 사업방식과 제품공급 실태까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인소싱이다.
이베이를 통한 판매자, UPS, 페이팔, 그리고 이베이를 통한 구매자 사이의 협력관계를 보자. 내가 이베이에 고프채를 팔겠다고 제안하고 당신이 구매를 결정했다고 하자. 나는 이메일로 당신에게 페이팔 송장을 보내는데, 거기에는 당신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다. 동시에 이베이는 나에게 웹사이트 상으로 아이콘을 보내 UPS의 우편 라벨을 프린트하게 한다. 내가 집에 있는 컴퓨터로 출력을 하면 UPS의 추적용 바코드가 부착되어 나온다. 동시에 UPS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그 라벨에 상응하는 추적번호를 작성해서 당신에게 이메일로 보내준다. 내 골프채를 구입한 당신은 소포가 어디에 있는지 온라인상에서 직접 추적할 수 있으며, 물품이 언제 도착할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아마 UPS가 이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했을지 모르겠다. 수평적인 전 세계적 공급사슬 체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멍이나 약한 고리를 메우고 연결해야 한다. UPS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커트 쿠엔(Kurt Kuehn)은 이렇게 말한다.
"예를 들어, 텍사스에서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말레이시아 고객의 신용이 나빠 문제라고 걱정한다고 치죠. 그럼 우리가 나서서 양쪽으로부터 믿을 만한 중개인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제품을 배송하는 건 결국 우리니까 신용장 없이도 대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뢰는 인간관계나 시스템 통제를 통해 생깁니다. 신뢰가 없으면 돈을 받기 전까지는 물품을 운송하는 업체에 의존해야 합니다. 우리는 은행보다 이 문제를 잘 관리할 능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물품을 운송하는 건 우리인 데다 우리는 고객과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 이래 60여 개 기업이 루이빌에 있는 UPS 허브 부근으로 이주했다. 이로써 물품창고를 따로 지을 필요 없이 제품을 만들어서 곧장 운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소싱의 혜택은 작은 기업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2001년 포드 자동차(Ford Motor Co.)는 자사의 낡아빠진 배급망을 UPS에 넘겨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내도록 했다.
2004년 7월 19일자 [비즈니스위크]는 이렇게 보도했다.

포드 자동차 회사 딜러들을 오랫동안 괴롭힌 것은 자동차가 공장에서부터 딜러의 영업소까지 운송되는 낡은 시스템이었다. 자동차가 영업소까지 오는 데 빨라도 한 달이 걸렸다. 그리고 포드는 딜러들에게 어떤 차종이 운반되고 있는지, 재고 차종으로 무엇이 있는지 잘 알려주지도 못했다. 텍사스 갈런드의 딜러 제리 레이놀스(Jerry Reynolds)는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우리는 기차로 운송되는 전 과정을 추적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자동차가 어디쯤 와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니 미칠 지경이었죠."
그러나 UPS의 엔지니어들이 포드의 북미 운송망을 재조정하고 공장에서 생산돼 나오는 400만 대의 신차에 바코드를 붙여 소포처럼 어디에 있는지 추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결국 딜러의 영업소까지 운송되는 시간을 40퍼센트, 평균적으로 10일을 줄일 수 있었다. 덕분에 포드는 해마다 운영자금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포드와 거래하는 6,500명의 딜러들은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 무엇인지 알아내기가 훨씬 쉬어졌다. 레이놀드는 감탄했다. "내가 본 것 가운데 가장 놀라운 변화입니다. 내가 UPS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 자동차 부품도 이런 식으로 해줄 수 없습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UPS는 메릴랜드 티모늄에 연구소를 운영하는데, 여기서는 공급사슬의 수학을 연구한다. '패키지 플로 테크놀로지(Package flow technology)'라고도 하는 이 수리적 방법으로 UPS는 전 세계로부터 오는 그날그날의 배달 수요에 따라 트럭, 선박, 항공기를 배치하고 물품의 분류작업을 조정한다.
"우리는 이제 몇 시간 내에 주문량에 따라 우리의 운송망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라고 UPS의 최고경영자 마이크 에스큐는 말한다. "전체 공급사슬을 어떻게 최적화하느냐가 수학에 달려 있습니다."
티모늄에 있는 연구소 직원 60명은 대개 공학과 수학을 전공했으며 박사학위 소지자도 더러 있다.
UPS는 기상학자와 국제전략 분석가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환경변화를 연구한다. 공급사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선통신기술을 이용한다. 실제로 UPS는 무선통신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다. 8만 8,000대의 트럭, 밴, 트랙터, 오토바이를 모는 UPS의 운전기사들만 해도 배송과정에서 하루에 100만 통이 넘는 휴대폰 통화를 해야 한다. UPS는 UPS 캐피털이라는 금융기관도 보유하고 있다. 이 금융기관은 주로 자금 여유가 없는 소기업에 돈을 빌려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UPS는 혈액 응고제를 판매하는 캐나다의 한 바이오 벤처 회사와 거래했다. 대형 병원들로부터 주문량은 증가했으나 그 회사는 생산시설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자금이 없었다. 이 회사는 캐나다 동부와 서부에 물류센터를 갖고 있었다. UPS는 댈러스에 있는 냉동창고에 물품을 보관하도록 하고 UPS캐피털을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그 결과 재고가 줄어들고, 현금 유동성이 개선되었으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개선됐다. UPS는 확실한 고객을 얻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신부의 머리쓰개와 베일을 생산하는 한 기업은 미국과의 거래를 확대하고 싶었다. 에스큐 회장은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는 세관의 통관과정을 간소화하는 시스템을 고안해냈습니다. 그래서 그 제품들이 이전처럼 하나하나 통관절차를 밟아 국경을 통과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었죠. 우리는 또 그 제품들을 뉴욕에 있는 창고에 보관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으면 라벨을 붙이고 소포로 배달하고 수금했지요. 그리고 UPS캐피털을 통해 그 회사의 주거래 은행으로 송금합니다. 이 때문에 그 회사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한편,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대에는 상점의 뒷방에 재고를 쌓아두었습니다. 이제는 자동차로 두 시간이면 제품을 가져올 수 있죠. 철도나 제트기를 이용하는 일이 백 배는 많아졌고, 배로 운송하는 경우는 천 배 늘어 났습니다. 이 공급사슬의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다면 어떤 형태의 운송수단이든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인터넷 덕분에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게 되고 자신이 직접 제작주문까지 할 수 있게 되자, UPS는 주문만 받는 것이 아니라 공급사슬의 처음이 아닌 끝을 차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다. 내가 루이빌을 방문하는 날, 두 명의 여직원 몇몇 판매점에서 주말 특판용으로 주문한 니콘 카메라와 특수 메모리 카드, 가죽 케이스를 포장하고 있었다. 포장상자도 주문한 상점에 따라 차별화하고 있었다. 이런 일을 함으로써 UPS는 기업들이 더욱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편 UPS는 인터넷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1995년 이전에는 UPS 소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추적하려면 콜센터를 이용해야 했다. 800번으로 전화를 걸어 상담원에게 물어봐야 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 바로 전주 주문이 가장 몰리는 때에는 하루에 60만 건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한 통의 처리비용이 2.1달러였다. 1990년대 들어 UPS의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점점 많이 활용하게 되었고, 무선통신기술의 발달로 소포 추적 시스템도 더욱 발전했다. 이에 따라 UPS는 고객 스스로 인터넷 상에서 소포를 추적하도록 유인했고, 처리비용은 5~10센트로 떨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서비스 비용을 극적으로 떨어뜨린 반면, 서비스이 질은 개선할 수 있었던 겁니다."
UPS의 부사장 켄 스터나드(Ken Sternad)의 말이다. 현재 UPS에는 하루 평균 700만 건의 소포 추적 요청이 들어오고 많은 날은 1,200만 건이나 된다. UPS의 운전기사들도 운송정보 획득장치(DIAD)의 도입으로 업무능률이 더욱 높아졌다. 이것은 갈색의 전자 클립보드로 UPS에서 일하는 운전기사들이 늘 가지고 다닌다. 이 장치를 통해 각각의 운전기사에게 물품상자를 트럭의 어디에 놓을 것인지도 지시한다. 한 점포에서 배송한 다음 어느 점포로 가야 할지도 가르쳐주고, 엉뚱한 곳으로 가면 운전기사가 배송하지 못하게 막는다. 또한 가정주부들에게는 온라인을 통해 운전기사가 언제 도착할지 알려준다.
인소싱은 공급사슬 관리 시스템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공급사슬 자체와는 구별된다. 제3자가 재고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UPS와 그 고객이 되는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의 고객 사이에는 훨씬 더 긴밀하고 광범위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오늘날 많은 경우, UPS와 그 직원들은 고객의 인프라에 깊숙이 연계되어 있다. UPS는 운송시간을 동시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 그리고 고객과 공급자의 상호작용이 같은 시간에 일어나도록 만들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판매자와 고객 간의 단순한 관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고객이 되는 기업의 전화에 응답하고, 그들의 고객과 대화하고, 그들의 재고를 보관 및 관리하고, 어느 제품이 잘 팔리고 어느 제품이 안 팔리는지 알려줍니다. 우리는 기업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업이 우리를 믿지 않으면 안 되죠. 우리는 서로 경쟁하는 기업들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우리 회사의 창립자들이 말한 '우리를 믿으십시오'라는 구호를 고객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줘야 합니다. 우리는 절대 이 말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고객에게 '당신네 비즈니스의 일부를 우리에게 맡기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UPS는 누구나 세계적인 규모로 사업을 펼칠 수 잇도록 만드는 동시에, 세계적 차원의 공급사슬을 대기업도 효율성을 다시 한 번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다. 이 비즈니스에 대해 UPS는 끝없이 성장하리라 확신하고 있다. 모든 것은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아직까지 마진은 작다. 그러나 UPS는 2003년 한 해에만 인소싱을 통해 24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약간 우스꽝스럽기도 한 짧은 갈색 바지를 입고 트럭을 모는 이 사람들은 세계가 평평해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그러나 지금 세계를 더욱 평평하게 만드는 대단히 큰일을 하고 있다고 나는 장담한다.  - 토머스 L.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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