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중견포워더B사몰락
- parcel
- 최종 : 2010.07.12 09:10
충격!!! ‘중견 포워더 B사의 몰락’ 시장에 일파만파
선사, 해상포워딩업계 옥죄기 극심…제2 제3 B사 나올지도
선사의 일방적 운임인상과 화주의 시장운임 무시 근절돼야
창립한지 11년이 넘은 회사였다. 초기에 한국-호주 항로에 도어 투 도어 개념을 도입해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고 미주와 중국 그리고 전세계 콘솔까지 넘나들면서 확대일로에 있는 B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아니 이 회사의 사장이 사라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는 지난 6월 초 즈음 파산신고를 냈다.
해운시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튼튼했던 B사가 이런 사태를 맞이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사장은
잠적했을까. 갖은 추측들이 지난 6월 월드컵 열기만큼이나 해운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B사가 남기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다. B사의 악성채권이 선사들과 파트너들을 아직까지 괴롭히고 있다.
이에 본지는 돋보기로 들여다보았다. 당사자와 B사로부터 어떤 내용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주변을 취재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결론은 시장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였다.
한편 이번 사태는 해당 회사 이름도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진 내용이지만 현재 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상태여서 일말의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회사이름을 이니셜인 ‘B사’로 표기하기로 했다.
김석융 부장(simon@parcelherald.com)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B사의 K사장이 지난 5월 21일 석가탄신일 연휴동안 잠적했다. 연휴가 지났음에도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안됐다. 결국 텅비어 있는 집만 발견했을 뿐이다.
임직원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회계 장부를 봤다. 당장 수십억원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았고 사라진 K사장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선사들은 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직원 40명이 훨씬 넘지만 사장이 사라진 것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수금을 체크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결국 선사들은 바로 B사 화물에 대해 엠바고를 걸었다. 이후부터 전형적인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악성 채권 발생에 따른 피해액수는 가늠할 길이 없다. 임직원들도, 선사들도, 파트너들도 이 문제에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적게는 수십억에서 100억원대가 넘는다는 소리도 있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6월 초 B사 직원을 만났을 때 “계산이 안된다” 할 정도였다. 그 직원이 어림잡아 약 80억원대를 말하고 “남아있는 돈이 하나도 없다”고 했었다. 급여도 이미 밀린 상태였다. 그러나 6월 하순이 되자 100억원 대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에서 회자됐다고 그 액수는 자꾸만 늘어갔다.
특히 선사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적선사와 일부 외국적 선사에 채무를 진 액수만도 물경 60억원에 이를 정도다.
잠적한 K사장이 선사 출신인데다 많은 물동량을 가지고 있어 선사들이 보증보험 한도를 초과해 선적한 것이 화근이었다. 해외 파트너나 하역료 채무역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K사장은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K사장 잠적 후 그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B사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후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시장에 남긴 채권 규모 100억대(?)
수십억 횡령설, 사실일까?
아직까지 B사의 파산에 대해 구체적인 배경이나 경위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임직원들은 모두 이 내용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문제는 B사 이런 사태까지 맞이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우선 K사장의 수십억원의 횡령설이다. 이에 대해 포워딩 업계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단정했다.
모 포워딩 기업 A사장은 “일반적으로 포워더와 일반기업들은 자금운영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는데 흑자가 아닐 경우에는 어림없기 때문에 분식회계, 즉 ‘이중장부’로 대출을 받는다”며 “평소에 대외용으로 매월 흑자기준으로 작성하는데는 B사의 경우 수입억원의 자금횡령이나 유출이라는 개념보다는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평가일 확률이 높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수십억원 이상의 자금 정도라면 어떤 경영자가 회사를 포기하고 잠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 정도의 자금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규모인데다 그만큼 회사가 돌아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K사장이 경영자로서 자존심으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아울러 “국세청이나 은행의 눈이 시퍼렇게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고 빼돌리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해 K사장의 횡령설을 일축했다.
따라서 A사장은 “수십억원 횡령설은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고 대신 2~3억원 정도의 자금유출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선사·화주에 치인 대표적인 사례
K사장의 거액 횡령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왜 B사가 파산에 이르렀을까. 여러 상장기업의 안정적인 물량을 유치했고 선사로부터 적지 않은 운임할인을 받았을텐데 이런 사태를 맞이한 것 자체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모 포워딩 업체 C경영자가 말한 B사의 몰락 배경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는 “운임덤핑으로 물량유치를 했지만 이미 채산성이 악화된 상태였던 것 같다”며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선사들이 운임을 급속히 올린 것이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대기업 화주에게 책임을 돌리는 시각도 있었다. B사의 사정을 잘안다는 업계 D사장에 따르면 B사의 몰락의 시초를 지난해 연말 이 회사가 대형 제지기업의 물량을 유치했던 시점으로 삼고 있다. 이 제지기업은경쟁 비딩을 통해 연간 운송계약을 맺게 됐는데 B사가 그것을 가져오게 됐다.
그런데 선사들이 연초부터 때 아닌 GRI 인상과 ERC, ERM, 씰 차지 등등 각종 명목을 부대할증료를 붙이기 시작했다. 운임은 주간단위로 인상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미주 기준으로 40피트 컨테이너 한 대당 무려 800달러의 손실이 나게 됐다. 그러니까 500대의 컨테이너를 미주로 보낸다는 40만달러(약 4억 8,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태가 1월부터 5월까지 이어졌으니 적자폭은 어마어마 했을 것이라는 게 D사장의 추측이다.
아무튼 B사의 채산성은 서비스를 하면 할수록 적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에 B사 측은 화주들을 찾아가 선사들이 지난 수년간 곤두박질 친 해운운임을 다시 회복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계약 운임을 시장가에 맞게 인상·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화주들은 냉정하게 응해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정 봐주지 않고 계약대로 하라는 뜻이었다. 결국 화주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B사의 K사장은 초를 다투고 다가오는 경영 위기에 큰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란 얘기다.
또다른 포워딩 업체의 E사장으로부터 좀더 구체적인 얘길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B사는 2008년부터 이미 자금압박이 심해 직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인력 조직이 대거 퇴사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E사장은 “결과적으로 지난 2년여 동안 자금운영에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올해 초부터 급박하게 돌아가자 K사장이 잠적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운임조정체계 개선 시급”
E사장은 이번 B사의 파산이 시작일뿐이라고 한다. 선사들이 지난 5월 S/C(선사운임우대계약) 이후에도 성수기할증료(PSS)와 GRI(일괄운임인상)를 앞두고 있어 운임인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지난해 연말 화주와 연간 운송계약을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화주가 인상가격을 반영해 주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이는 해상 포워더뿐만 아니라 항공 포워더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하 하반기부터 항공사들이 항공운임을 지속적으로 인상시켰으나 이를 제대로 화주에게 반영받은 사례가 거의 드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B사의 사태가 촉발이 되어 해운선사들의 포워더에 대한 자금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포워딩 업계에 따르면 선사들이 보증보험뿐만 아니라 현금보유율도 올리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채산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이러한 요구가 심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선사들은 운임결재에 있어서는 항공사 못지않게 타이트하게 해왔다. 결제를 달러로 할 뿐만 아니라 선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거의 30일 간격으로 운임을 송금하거나 물량이 적은 포워더에게 현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튼튼하다고 여겼던 B사의 파산에 미수관리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됐다. 실제 운임이 보증보험액수를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해운물동량의 급감으로 대형 포워더에 대한 우대는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제 해운시황이 완연한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미수 관리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고 그 촉매제가 B사의 파산이었다.
이에 대해 해상 포워더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중소형 포워더들은 “적은 물량을 가진 포워더들에게는 현금결제 아니면 보증보험 범주안에서만 선복(Space)을 판매하면서 큰 포워더에게는 그런 원칙을 무시해 왔던 것이 화가 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선사 관계자는 그러나 “큰 포워더 역시 이제 믿지 못하겠다”며 “앞으로 규모에 상관없이 보증보험 범주 안에서 스페이스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B사의 파산 배경처럼 우리나라 운임조정체계에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선사나 항공사들은 예고없이 자신들의 손실에 따라 운임을 조정하고 화주들은 아예 계약 내용 아니면 시장가 반영을 하지 않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포워더들은 고스란히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러한 부조리가 높아갈수록 캐리어와 화주, 그리고 포워더가 머리를 맞대고 운임조정체계의 현실화에 대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사, 해상포워딩업계 옥죄기 극심…제2 제3 B사 나올지도
선사의 일방적 운임인상과 화주의 시장운임 무시 근절돼야
창립한지 11년이 넘은 회사였다. 초기에 한국-호주 항로에 도어 투 도어 개념을 도입해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고 미주와 중국 그리고 전세계 콘솔까지 넘나들면서 확대일로에 있는 B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아니 이 회사의 사장이 사라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는 지난 6월 초 즈음 파산신고를 냈다.
해운시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튼튼했던 B사가 이런 사태를 맞이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사장은
잠적했을까. 갖은 추측들이 지난 6월 월드컵 열기만큼이나 해운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B사가 남기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다. B사의 악성채권이 선사들과 파트너들을 아직까지 괴롭히고 있다.
이에 본지는 돋보기로 들여다보았다. 당사자와 B사로부터 어떤 내용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주변을 취재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결론은 시장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였다.
한편 이번 사태는 해당 회사 이름도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진 내용이지만 현재 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상태여서 일말의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회사이름을 이니셜인 ‘B사’로 표기하기로 했다.
김석융 부장(simon@parcelherald.com)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B사의 K사장이 지난 5월 21일 석가탄신일 연휴동안 잠적했다. 연휴가 지났음에도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안됐다. 결국 텅비어 있는 집만 발견했을 뿐이다.
임직원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회계 장부를 봤다. 당장 수십억원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았고 사라진 K사장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선사들은 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직원 40명이 훨씬 넘지만 사장이 사라진 것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수금을 체크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결국 선사들은 바로 B사 화물에 대해 엠바고를 걸었다. 이후부터 전형적인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악성 채권 발생에 따른 피해액수는 가늠할 길이 없다. 임직원들도, 선사들도, 파트너들도 이 문제에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적게는 수십억에서 100억원대가 넘는다는 소리도 있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6월 초 B사 직원을 만났을 때 “계산이 안된다” 할 정도였다. 그 직원이 어림잡아 약 80억원대를 말하고 “남아있는 돈이 하나도 없다”고 했었다. 급여도 이미 밀린 상태였다. 그러나 6월 하순이 되자 100억원 대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에서 회자됐다고 그 액수는 자꾸만 늘어갔다.
특히 선사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적선사와 일부 외국적 선사에 채무를 진 액수만도 물경 60억원에 이를 정도다.
잠적한 K사장이 선사 출신인데다 많은 물동량을 가지고 있어 선사들이 보증보험 한도를 초과해 선적한 것이 화근이었다. 해외 파트너나 하역료 채무역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K사장은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K사장 잠적 후 그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B사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후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시장에 남긴 채권 규모 100억대(?)
수십억 횡령설, 사실일까?
아직까지 B사의 파산에 대해 구체적인 배경이나 경위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임직원들은 모두 이 내용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문제는 B사 이런 사태까지 맞이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우선 K사장의 수십억원의 횡령설이다. 이에 대해 포워딩 업계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단정했다.
모 포워딩 기업 A사장은 “일반적으로 포워더와 일반기업들은 자금운영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는데 흑자가 아닐 경우에는 어림없기 때문에 분식회계, 즉 ‘이중장부’로 대출을 받는다”며 “평소에 대외용으로 매월 흑자기준으로 작성하는데는 B사의 경우 수입억원의 자금횡령이나 유출이라는 개념보다는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평가일 확률이 높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수십억원 이상의 자금 정도라면 어떤 경영자가 회사를 포기하고 잠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 정도의 자금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규모인데다 그만큼 회사가 돌아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K사장이 경영자로서 자존심으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아울러 “국세청이나 은행의 눈이 시퍼렇게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고 빼돌리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해 K사장의 횡령설을 일축했다.
따라서 A사장은 “수십억원 횡령설은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고 대신 2~3억원 정도의 자금유출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선사·화주에 치인 대표적인 사례
K사장의 거액 횡령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왜 B사가 파산에 이르렀을까. 여러 상장기업의 안정적인 물량을 유치했고 선사로부터 적지 않은 운임할인을 받았을텐데 이런 사태를 맞이한 것 자체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모 포워딩 업체 C경영자가 말한 B사의 몰락 배경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는 “운임덤핑으로 물량유치를 했지만 이미 채산성이 악화된 상태였던 것 같다”며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선사들이 운임을 급속히 올린 것이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대기업 화주에게 책임을 돌리는 시각도 있었다. B사의 사정을 잘안다는 업계 D사장에 따르면 B사의 몰락의 시초를 지난해 연말 이 회사가 대형 제지기업의 물량을 유치했던 시점으로 삼고 있다. 이 제지기업은경쟁 비딩을 통해 연간 운송계약을 맺게 됐는데 B사가 그것을 가져오게 됐다.
그런데 선사들이 연초부터 때 아닌 GRI 인상과 ERC, ERM, 씰 차지 등등 각종 명목을 부대할증료를 붙이기 시작했다. 운임은 주간단위로 인상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미주 기준으로 40피트 컨테이너 한 대당 무려 800달러의 손실이 나게 됐다. 그러니까 500대의 컨테이너를 미주로 보낸다는 40만달러(약 4억 8,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태가 1월부터 5월까지 이어졌으니 적자폭은 어마어마 했을 것이라는 게 D사장의 추측이다.
아무튼 B사의 채산성은 서비스를 하면 할수록 적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에 B사 측은 화주들을 찾아가 선사들이 지난 수년간 곤두박질 친 해운운임을 다시 회복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계약 운임을 시장가에 맞게 인상·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화주들은 냉정하게 응해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정 봐주지 않고 계약대로 하라는 뜻이었다. 결국 화주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B사의 K사장은 초를 다투고 다가오는 경영 위기에 큰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란 얘기다.
또다른 포워딩 업체의 E사장으로부터 좀더 구체적인 얘길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B사는 2008년부터 이미 자금압박이 심해 직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인력 조직이 대거 퇴사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E사장은 “결과적으로 지난 2년여 동안 자금운영에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올해 초부터 급박하게 돌아가자 K사장이 잠적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운임조정체계 개선 시급”
E사장은 이번 B사의 파산이 시작일뿐이라고 한다. 선사들이 지난 5월 S/C(선사운임우대계약) 이후에도 성수기할증료(PSS)와 GRI(일괄운임인상)를 앞두고 있어 운임인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지난해 연말 화주와 연간 운송계약을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화주가 인상가격을 반영해 주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이는 해상 포워더뿐만 아니라 항공 포워더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하 하반기부터 항공사들이 항공운임을 지속적으로 인상시켰으나 이를 제대로 화주에게 반영받은 사례가 거의 드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B사의 사태가 촉발이 되어 해운선사들의 포워더에 대한 자금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포워딩 업계에 따르면 선사들이 보증보험뿐만 아니라 현금보유율도 올리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채산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이러한 요구가 심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선사들은 운임결재에 있어서는 항공사 못지않게 타이트하게 해왔다. 결제를 달러로 할 뿐만 아니라 선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거의 30일 간격으로 운임을 송금하거나 물량이 적은 포워더에게 현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튼튼하다고 여겼던 B사의 파산에 미수관리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됐다. 실제 운임이 보증보험액수를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해운물동량의 급감으로 대형 포워더에 대한 우대는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제 해운시황이 완연한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미수 관리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고 그 촉매제가 B사의 파산이었다.
이에 대해 해상 포워더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중소형 포워더들은 “적은 물량을 가진 포워더들에게는 현금결제 아니면 보증보험 범주안에서만 선복(Space)을 판매하면서 큰 포워더에게는 그런 원칙을 무시해 왔던 것이 화가 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선사 관계자는 그러나 “큰 포워더 역시 이제 믿지 못하겠다”며 “앞으로 규모에 상관없이 보증보험 범주 안에서 스페이스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B사의 파산 배경처럼 우리나라 운임조정체계에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선사나 항공사들은 예고없이 자신들의 손실에 따라 운임을 조정하고 화주들은 아예 계약 내용 아니면 시장가 반영을 하지 않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포워더들은 고스란히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러한 부조리가 높아갈수록 캐리어와 화주, 그리고 포워더가 머리를 맞대고 운임조정체계의 현실화에 대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