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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에코비스,김익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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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 2010.06.10 16:30
이노겐치

항공사가 아닌 일반 회사가 모스크바 공항에 사무실을 오픈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일단 허가가 나오지도 않고 공항의 어떤 협조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화물 운송에 대한 통관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다른 업체보다 선점하기 위해서는 공항에 사무실이 필요했고 특히 운송 중 문제가 있을 때 언제든지 공항 출입을 하기 위해서는 통행증이 더욱 절실히 필요해서 공항 사무실을 얻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을 했다.
몇 번이나 공항장을 찾아갔느나 문전박대를 당하고 겨우 부공항장을 만났으나 그 사람의 첫마디는 “당신네 비행기는 몇 대나 있습니까?”였다. 아무 말도 못하고 나왔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만 하면서 어렵게 동관 업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공항에서 연락이 왔다. 급히 상의할 것이 있는데 빨리 와주었으면 한단다.
그들의 말인즉 현재 러시아 국제공항 세 곳 중 서울에서 오는 비행기는 모두 SVO2 공항으로 착륙하고 있는데 곧 SVO1 공항으로 착륙지를 변경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그때까지 SVO2 공항 항공화물 중 가장 많았던 한국 화물이 다른 공항으로 가게 되니 현재 공항은 창고 및 세관 업무가 반 이상 줄어들어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고 또 많은 직원들이 퇴사해야 할 것이라며 도와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그 문제는 일단 우리 회사도 문제이기도 했다. 그동안 현재의 공항 SVO2에서 화물을 통관하면서 많은 인맥을 알아두었고 앞으로 이전하게 될 공항 SVI1은 창고와 세관이 적어 통관하는데 많은 불편이 있었다. 통관 때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면 자연히 비용도 증가하는 법이니 우리 회사로서도 다른 공항으로 이전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때부터 공항 측과 우리 회사는 공동의 과제로 어떻게 하면 착륙지 변경을 막을 수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새로 이전하는 공항은 유럽계 항a공사에서 창고에 자본 투자를 한 상태로 적자를 막기 위해 러시아 운항부에 요청을 했고 그쪽에 인맥이 있는 공항 관계자가 힘을 써서 한국 화물이 그 공항으로 올 수 있도록 한 상태였다. 이미 착륙지 변경 날짜까지 나온 상태였다.
사무실에서 계속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엠마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현재 SVO1, 2 공항 모두 관심이 있는 것은 한국 화물이니, 한국 업체에 협조 요청을 하자는 것이었다. 한국 업체에서도 새로 이전하는 공항에 문제가 있으면 회사의 비용이 늘어나므로 모두 싫어할 것이니 그것을 정확히 알려 설득하고 한국 업체와 서로 공동대응을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그게 될까 하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으니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며칠밖에 시간이 없어서 우선 공문 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하고 나는 한국 업체들을 찾아 나섰다. 가장 먼저 대사관, 대한무역진흥공사, 엘지, 삼성, 대우 등등 가장 큰 회사와 관공서부터 찾아가 설득을 했다.
그들의 반응은 간단했다.
“그게 가능할까요? 러시아 정부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데…우리 입장에서도 비용 문제 때문에 인전이 안 되면 더 좋으니 일단 원하는 대로 공문을 작성해 드리지요.”
그렇게 해서 하루만에 모스크바 내 관공서와 한국 지사들로부터 20개의 공문을 받아냈다.
“우리는 한국 업체로 현재의 공항 서비스에 만족한다. 우리 회사의 이득과 상관없이 다른 공항의 이득을 위해 아직 서비스도 잘 안되고 협소한 공항에 우리의 화물을 맡기고 싶지 않다. 만일 당신네 항공사가 우리의 화물 착륙지를 임의로 이전시킨다면 우린 다른 항공사를 사용하여 기존의 공항에서 서비스를 받겠다.”
이런 내용으로 우리 직원들이 문장만 바꾸어가며 일일이 어떻게 쓸 것인지를 알려주는 식으로 현지 한국 업체 관계자들이 작성을 해줬고 나는 그 공문을 받아 공항 측에 전달했다.
공문을 받은 현재의 공항장은 고마워서 어쩔 중 몰라 하며 그 서류들을 우리나라 건교부와 같은 부서의 국영 항공사에 접수시켰다. 결과는 너무나도 빠르게 나타났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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