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고객의 고객
- parcel
- 최종 : 2009.04.13 18:10
고객의 고객
저는 외국 국제특송사에서 오랬동안 근무했습니다. 국제 소화물을 다루다보니 별의별 고객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밤 9시에 물건이 파손됐다며 항의하는 고객과 새벽 3시까지 통화하기도 했고 꿀단지가 파손됐다며 조직원들을 이끌고 본사로 쳐들어온 조폭들도 상대하기도 했습니다. 참 특이한 경우를 많이 봐 왔는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수 년 전 어느 날 당시 사장님 호출이 있어 가보았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조금있다가 이상한 전화가 올테니 이사님께서 상대 좀 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전화가 와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첫 마디부터 가관이었습니다. "야 xx야! 사장 바꾸랬더니 이사 나부랭이가 나와?" 순간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통화 내내 고성에도 육두문자 섞어가면 속을 긁었습니다. 음성을 들어보니 나이도 있고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었습니다.
내용인 즉, 그 고객은 지축이란 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인데 자신이 주문한 물건이 예정보다 몇 시간 늦었다는 것입니다. 파손되거나 없어진 것도 아니고 다소 늦은 것 때문에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는 것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제가 지축이란 곳을 좀 아는데 혹시 ㅇㅇ 운전면허학원 근처에 있는 그 약국이 맞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고객은 "어떻게 아느냐?"며 좀 당황해 하더군요. 하여 "그쪽에 제가 아는 친지들이 있어 자주 방문하는데 갈 때마다 박카스 몇 박스를 거기서 산 적이 있다. 내 말은 나도 고객이 우리의 고객이 된 것처럼 우리도 고객의 고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로 하여 그것도 한 회사의 임원에게 상욕을 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고객은 갑자기 십 몇초 조용해지더니 "생각해보니 결례를 했다"며 미안해 하더군요. 고객들이 억지를 부릴 때가 정말 힘듭니다만, 그 고객들에게 '역지사지'의 입장에 서보기를 바랄뿐입니다. - 외국적 국제특송사의 한국법인 사장의 고객상담 경험
저는 외국 국제특송사에서 오랬동안 근무했습니다. 국제 소화물을 다루다보니 별의별 고객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밤 9시에 물건이 파손됐다며 항의하는 고객과 새벽 3시까지 통화하기도 했고 꿀단지가 파손됐다며 조직원들을 이끌고 본사로 쳐들어온 조폭들도 상대하기도 했습니다. 참 특이한 경우를 많이 봐 왔는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수 년 전 어느 날 당시 사장님 호출이 있어 가보았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조금있다가 이상한 전화가 올테니 이사님께서 상대 좀 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전화가 와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첫 마디부터 가관이었습니다. "야 xx야! 사장 바꾸랬더니 이사 나부랭이가 나와?" 순간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통화 내내 고성에도 육두문자 섞어가면 속을 긁었습니다. 음성을 들어보니 나이도 있고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었습니다.
내용인 즉, 그 고객은 지축이란 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인데 자신이 주문한 물건이 예정보다 몇 시간 늦었다는 것입니다. 파손되거나 없어진 것도 아니고 다소 늦은 것 때문에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는 것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제가 지축이란 곳을 좀 아는데 혹시 ㅇㅇ 운전면허학원 근처에 있는 그 약국이 맞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고객은 "어떻게 아느냐?"며 좀 당황해 하더군요. 하여 "그쪽에 제가 아는 친지들이 있어 자주 방문하는데 갈 때마다 박카스 몇 박스를 거기서 산 적이 있다. 내 말은 나도 고객이 우리의 고객이 된 것처럼 우리도 고객의 고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로 하여 그것도 한 회사의 임원에게 상욕을 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고객은 갑자기 십 몇초 조용해지더니 "생각해보니 결례를 했다"며 미안해 하더군요. 고객들이 억지를 부릴 때가 정말 힘듭니다만, 그 고객들에게 '역지사지'의 입장에 서보기를 바랄뿐입니다. - 외국적 국제특송사의 한국법인 사장의 고객상담 경험